“유명무실 전기료 ‘연료비 연동제’, 탄소중립에 역행”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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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전문가들 ‘전기료’ 긴급토론회

정부의 개입으로 연료비와 전기요금을 연동하는 ‘연료비 연동제’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에너지 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연료비가 올랐는데 정부가 두 차례 전기요금 인상을 유보하는 바람에 연료비 변동분이 요금에 적시에 반영되지 못하고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다.

15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 등 에너지 전문가들이 참가한 ‘원가연계형 전기요금과 정책 방향’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연료비와 전기요금을 연동하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 1주년을 맞아 전기요금 정책 개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이날 에너지 전문가들은 정부의 ‘유보 권한’ 탓에 연료비 상승분이 전기요금에 적절히 반영되지 못하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연료비와 전기요금을 연동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면서 요금이 급격히 오를 경우 정부가 이를 막을 수 있는 유보 권한을 뒀다. 실제 정부는 이 권한을 행사해 올해 2분기(4∼6월)와 3분기(7∼9월) 전기요금을 각각 동결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연료비가 상승했지만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국민 생활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한 해외 전력사들은 올해 연료비 인상분을 즉각 요금에 반영해 대조적 모습을 보였다.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올해 스페인은 35.7%, 이탈리아는 14.4%, 일본은 14.6%의 요금을 인상한 바 있다”며 “한국의 도매 전기요금이 지난해의 2배 이상 오른 만큼 적기에 요금에 반영해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인상을 유보하는 것은 탄소중립 정책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용건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제유가가 상승하는데 전기요금을 억제하는 것은 화석연료 소비를 늘려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가격은 수요 공급에 의해 결정돼야 하고 정책적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연료비 연동제의 개선 방안으로 △재량보다 준칙에 근거할 수 있는 정부의 유보 권한 개선 △원가 변동 요인을 적시에 반영할 수 있는 상하한 변동 폭 확대 △유보 권한 발동에 따른 전기요금 미수금 보전 대책 마련 등을 제시했다. 박종배 교수는 “한국은 신재생 발전 등 외부 비용이 해외 주요국보다 전기요금에 적게 반영됐다”며 “낮은 요금 정책은 지속 가능하기 어려운 만큼 전기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전기료#연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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