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택 절세 꼼수’ 안 돼”…세법 허점 뒤늦게 인정한 기재부

  • 뉴시스
  • 입력 2021년 11월 4일 0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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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노원구와 마포구에 아파트 1채씩을 가지고 있던 A씨는 올해 상반기 강원 원주의 공시 지가 1억원 미만 아파트 1채를 추가로 구매했다. 세금을 아끼기 위해 자진해서 3주택자가 된 것이다.

비밀은 ‘일시적 2주택 특례’. 3주택자가 된 뒤 상대적으로 저렴한 노원구 아파트를 먼저 팔고, 일시적 2주택 특례를 적용받은 상태에서 마포구 아파트를 매도할 경우 9억원까지 비과세를 받을 수 있다는 현행 세법상 허점을 노린 것이다.

결국 A씨는 절세에 성공(?)했지만, 앞으로는 이런 방법을 쓸 수 없게 됐다. 정부가 지난 2일 유권 해석을 내놓고 “앞으로의 양도분부터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2주택자가 3주택자가 되면 세금을 아낄 수 있는 역설적인 상황을 바로잡은 것이지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적용일을 ‘유권 해석이 나온 시점’으로 정해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2일 “A·B·C 3주택자가 올해 A주택을 양도세를 내고 매도했다면, 남은 주택 중 먼저 취득한 B주택을 팔 때 보유 기간 기산일은 애초 B주택 취득일이 아닌 ‘A주택 양도일’로 본다”는 내용의 유권 해석을 내렸다.

기재부는 “해석일(2일) 이후 양도하는 경우부터 이를 적용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3일부터 이런 사례에 해당하는 다주택자가 양도세 면제 혜택을 받으려면 B주택을 언제 샀든, 얼마나 거주했든 관계없이 ‘A주택 양도일로부터 2년’ 더 B주택을 보유·거주해야 하는 것이다.

당초 기재부는 소득세법 시행령을 고쳐 “올해 1월1일부터 다주택자가 1주택만 남기고 보유 주택을 모두 판 경우 1주택자가 된 날로부터 보유 기간을 세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른바 ‘보유 기간 리셋’ 조항이다. 그러면서 일시적 2주택 특례 적용자에게는 “이런 보유 기간 리셋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혜택을 줬다.

이에 따라 기재부의 유권 해석이 나오기 전까지는 규제(투기·투기 과열·조정 대상) 지역에 주택 2채를 보유한 다주택자가 비규제 지역의 저가 주택을 1채 더 살 경우 일시적 2주택자 특례를 받아 양도세를 아낄 수 있었다.

국세청도 “사례와 같은 경우 보유 기간 기산일이 어떻게 되느냐”는 한 납세자의 질의에 4월12일 “A·B·C 3주택자가 A주택을 팔고 남은 주택이 일시적 2주택 특례 적용 대상이라면 먼저 취득한 B주택의 보유 기간 기산일은 ‘B주택 취득일’”이라고 사전 답변한 바 있다. 소득세법 시행령을 참고해 내놓은 답변이다.

그러나 기재부는 지난 2일 국세청 사전 답변 내용을 뒤집은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세청이 보낸 기관 질의를 검토해 (맞는 방향으로) 유권 해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기재부가 현행 세법상 존재하는 허점을 뒤늦게 알아차린 뒤 국세청 사전 답변이 나온 지 6개월 이상 지나 사후약방문식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유권 해석을 내리기 전인 2일까지 이 사실을 안 납세자는 세금을 덜 내고, 3일부터는 모두 내야 하는 것이 맞느냐는 얘기다.

이런 내용을 담아 소득세법 시행령을 다시 개정,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안준혁 상승세무회계 세무사는 뉴시스와 전화 통화에서 “기재부가 유권 해석을 통해 다주택자의 최종 1주택 보유 기간 기산일을 바꾼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해당 사항이 있는 납세자가 이 사실을 인지하고 일정 기간 대처할 수 있도록 소득세법 시행령을 다시 개정하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주장에 기재부는 “국세기본법에는 새로운 유권 해석이 나왔을 때 이를 소급해서 과세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다”면서 “국세청의 신뢰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이번 사례에만 예외적으로 해석일 이후부터 적용하기로 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기재부는 이어 “양도세 부과와 관련해서는 사례가 굉장히 다양한데, 모든 사례에는 일관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면서 “특정 사례를 위해서만 소득세법 시행령을 고칠 수는 없다”고 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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