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90%까지 현실화…전문가들 “가격 안정 효과는 글쎄”

  • 뉴시스
  • 입력 2020년 11월 3일 1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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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발표
공동주택 현실화율 69.0%에서 2030년 90%로
가장 타격 받는 지역…초고가 주택 밀집된 곳들
"현재 거래 없어도 가격 안 빠져…보합에 머물 것"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을 실거래가의 90%까지 인상하는 ‘공시지가 현실화’를 확정한 가운데, 벌써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해 주택 가격 안정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이전부터 나왔던 이야기인데다, 현재 부동산 거래량이 감소해도 집값에는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에 대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오는 2030년까지 시세의 90%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를 통한 주택 가격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동주택의 현실화율을 현재 69.0%에서 10년에 걸쳐 90%로 높일 것이라고 3일 밝혔다.

현실화 편차가 큰 9억원 미만의 공동주택은 오는 2023년까지 현실화율을 70%로 끌어올린 뒤 2030년까지 90%를 달성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 현실화율이 52.4%에 불과한 시세 9억원 미만 단독주택은 2023년까지 55%, 2035년까지 90%를 목표로 세웠다.

시세 9억원 이상 공동주택은 다음해부터 5~7년간 현실화율을 연 약 3%포인트(p) 씩 높일 예정이다. 시세 9∼15억원 구간은 7년간, 현실화율이 높은 15억원 이상은 5년에 걸쳐 목표에 도달한다는 계획이다.

같은 가격대의 단독주택은 유형간 형평성과 함께 상대적으로 낮은 현실화율을 고려해 시세 9~15억원 구간은 10년, 15억원 이상은 7년 동안 현실화한다.

다만 정부는 1주택 보유자의 재산세 부담 완화를 위해 1세대 1주택자가 보유한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의 재산세율을 2021년부터 인하키로 했다. 대상 주택은 공시가격 6억원 이하로 결정하고, 세율은 과세표준 구간별로 0.05%p씩 낮추기로 했다.

전국 아파트의 호당 평균 매매가격 수준이 이달 현재 3억8347만원 수준임을 고려할 때 비수도권 지역의 1주택자의 세 부담은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해 가장 타격을 받는 지역은 초고가 주택이 밀집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이다.

신한은행 우병탁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이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시나리오에 따라 1주택자 보유세 부담 예상 추이를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보면 현실화율 제고가 종료되는 시점에 이르면 공시가격 상승과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지방교육세+농어촌특별세 등) 증가가 현재로서는 불가피해 보인다.

15억원을 넘는 초고가 아파트 단지들은 당장 내년부터 1주택자인 경우에도 수천만원을 보유세로 낸다.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시세 17억원)의 경우 324만9360원에서 2027년 1153만4954원, 2030년 1314만2212원까지 치솟는다.

하지만 이같은 보유세 인상에도 부동산 전문가들은 가격 안정 효과에 대해 고개를 갸웃한다. 다만 그들은 다주택자의 주택추가 구매를 제한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부동산 시장은 거래량이 감소해도 집값이 빠지지 않고 있다. 이를 보면 부동산 가격은 보합 정도로 볼 수 있다”며 “보유세 부담이 커지는 구조고 내년 규제지역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이 늘어날 전망이라 다주택자의 주택추가 구매를 제지하는 효과는 기대할만하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 현실화율이 높아진다고 해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등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이미 예전부터 현실화율을 100%로 높인다는 이야기가 나왔었고, 현재 부동산 시장에 반영돼 있다. 오히려 세 부담을 2030년까지 늦춰준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강남뿐만 아니라 용산, 여의도, 목동 등 초고가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가수요 억제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세저항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함영진 랩장은 “이미 8억9147만원의 호당 거래가를 기록하고 있는 서울지역 1주택자는 보유세 부담완화 정책의 소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라며 “고가주택 및 은퇴한 고령층의 조세부담에 대한 불만도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일정한 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고령자들은 대폭 늘어나는 보유세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금융자산과 분산하는 등 노후를 대비한 자산포트폴리오를 변경하는 중장년층도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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