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조 아시아나, 700억 이스타…항공업계 ‘매물’ 또 나올까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19일 05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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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국내 5등 LCC 이스타항공 인수 나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이 경영난 끝에 결국 지분을 매각한다. 인수 주체는 국내 LCC 1위인 제주항공이다. ‘대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제주항공은 700억원 수준의 인수대금을 내고 이스타항공의 새 주인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이스타항공 매각에 대해 “예상된 수순”이란 반응이다. 이미 시장에선 항공사 간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공급 과잉 상황에서 일본 노선 급감,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화비용 증가 등 악재도 겹쳤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에 이어 또 다른 항공사가 매물로 나올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전날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SPA)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인수주식 수는 이스타항공 보통주 497만1000주(약 695억원)이며 지분비율은 51.17%다. 인수 금액은 695억원이다

제주항공은 이달 26일부터 내년 1월9일까지 실사에 돌입하며, 31일에 SPA를 체결할 계획이다. 이후엔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부터 대주주 적격심사와 기업결합심사 등을 받는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추진은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서다. LCC 간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난 극복을 위해 비상경영에도 나섰던 이스타항공은 결국 실적 부진을 극복치 못하고 지난 10월쯤부터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 독보적인 ‘1등 LCC’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정보포탈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국제선 분담률(외국항공사 제외)은 14.7%, 4.8%를 기록했다. 대형항공사를 제외한 저비용항공사 중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합산 국제선 분담률은 44.8% 수준이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 추진을 통해 다소 손쉽게 점유율 확대 포석을 마련했단 평가를 받는다. 애경그룹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써냈던 1조5000억원의 5% 수준인 700억원으로 1등 LCC의 입지를 더 굳건히 한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2조4000억~2조5000억원 수준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 입장에서도 제주항공에 인수됨에 따라 경영 정상화를 이루고 미뤄온 상장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가운데 일각에선 이스타항공 이후에도 항공 시장에서 또 다른 매물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이 꾸준히 거론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이를 준수하지 못하면 2년 내에 처분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에어부산 지분율은 44.2%뿐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 지으면 지배구조는 ’HDC→HDC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 순으로 재편된다. 아시아나항공이 HDC의 손자회사,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이 증손회사가 된다. 즉,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도 모두 보유하려면 나머지 지분도 인수해 보유 지분율을 100%로 끌어올려야 한다.

HDC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서는 나머지 지분 매입을 위한 추가 비용을 부담하거나, 일부 자회사 재매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의 100% 자회사기 때문에 재매각 가능성에서 한발 비껴나갔다.

업계에선 당초 제주항공이 에어부산에 눈독 들일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규모가 큰 아시아나항공보다 에어부산을 인수할 때 재정적 부담도 덜하고, 합병 과정서 잡음도 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만약 에어부산이 매물로 나오면 애경그룹을 비롯해 다양한 기업에서 관심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항공사가 인수하면 기존 노선 등을 활용해 중복비용 등을 줄여 시너지를 낼 수 있고, 항공사가 아닌 기업은 손쉽게 항공업 진출을 할 수 있어서다.

한편, 항공업계의 업황이 어려워지면서 M&A 뿐만 아니라 각사의 내부적인 비용 절감 노력도 늘고 있다. 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무급휴직에 이어 희망퇴직을 받으며 6년 만에 구조조정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은 매각 발표 이후 일반직 직군전환을 통한 연봉제 확대, 국내지점 폐쇄 및 아웃소싱 등을 통한 비용절감에 나섰다.

매각 추진과 인력 구조조정 등 과정에서 직원들의 우려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매각 소식이 전해지자 사내 담화문을 통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각각 독립된 조직과 시스템으로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될 것”이라며 “고용승계 문제는 지나치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직원들을 다독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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