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DNA, 경기 어두울수록… 혁신 아이디어 더 빛나는 한국 기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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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 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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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반세기 동안 포천 100대 기업에 선정된 기업은 약 600곳에 이른다. 데릭 비버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들 중 지속적인 성장세를 구축하고 있는 기업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 70%가 넘는 기업들은 결정적인 위기를 경험한 후 쇠락하거나 몰락했는데, 이 중 10%의 기업만이 재기에 성공했다. 특히 이 연구에선 치명적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거나 주춤했다가도 재기에 성공한 기업의 특성이 외부요인이 아닌 기업 내부에 꿈틀대고 있는 ‘도전적인 DNA’에 있음을 보여준다.

반도체와 자동차, 전자기기, 석유화학을 비롯한 모든 주력 업종이 위기에 빠진 한국 기업들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불굴의 DNA를 다시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전후 황폐한 기반에서 제조업을 일으켜 세우고, 500원짜리 지폐의 거북선을 보여주며 대출을 승인받아 조선업을 시작한 정주영, 이병철 회장 등 1세대 기업가들부터 그랬다. 이후 1970년대의 두 차례 석유파동,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숱한 크고 작은 위기 속에서도 과감한 도전으로 이를 극복해냈다.

글로벌 저성장의 장기화,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또다시 찾아온 위기 속에 기업들은 새로운 도전정신으로 맞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향후 3년간 180조 원의 신규 투자를 포함한 사상 최대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인공지능(AI)과 5세대(5G) 통신, 바이오, 전장부품 등 새로운 미래 성장사업(총 25조 원)이 포함됐다. 또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을 외부로 본격 확대하고 5년 간 2500개의 스마트공장을 보급하는 등 삼성의 혁신 역량과 노하우를 사회에 개방, 공유하는 계획도 대거 담겨 있다.

지난해 위기에 빠졌던 현대자동차그룹은 지금까지의 성장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시장의 판도를 주도해 나가는 ‘게임 체인저’에 도전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올해 1월 신년사에서 이를 위해 2025년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44개 모델, 연간 167만 대 판매로 ‘클린 모빌리티’로의 전환을 가속화해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갖춘 수소전기차는 2030년까지 약 8조 원을 투자해 수소전기차의 대중화를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SK그룹은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까지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전통적 개념의 경제적 가치에만 매몰되지 않고 사회적 가치 창출까지 고민하게 되면 결국 비즈니스 혁신으로도 이어져 새로운 시장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철학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구성원을 직접 만나 소통하는 ‘행복토크’를 통해 직원들에게 “본인 스스로 행복 창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자발적으로 추진해 달라”며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LG그룹은 올해 전자, 화학, 통신서비스 등 주력 사업군을 중심으로 시장 주도권을 확대하고, 자동차부품, 로봇, AI, 차세대 디스플레이, 5G 등 성장엔진 육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융복합 연구단지인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는 이를 위한 전초기지이다. LG그룹은 LG사이언스파크에서 전자와 화학, 바이오, 소프트웨어, 통신 등 다양한 이종 사업 간 융복합 연구개발(R&D)을 강화한다.

롯데그룹도 미래 성장과 생존을 위해 기존의 틀과 형태를 무너뜨리는 혁신을 이뤄나간다는 계획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월 23일 열린 ‘2019 상반기 LOTTE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도덕경에 나오는 문구인 ‘대상무형(大象無形)’을 언급하며 “우리가 맞이하게 될 미래의 변화는 그 형태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무한하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약 12조 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포스코는 본업인 철강 사업 외에도 비철강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사업의 본격 추진을 천명했다. 특히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육성 중인 2차전지 소재 사업이 빠른 시일 내에 세계 최고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설비 투자, 기술 개발, 제품 개발, 고객 다양화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GS그룹도 미래 먹거리 발굴과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에 그룹의 역량을 쏟아붓는다. 한화그룹은 사업 부문별로 경쟁력 있는 글로벌 사업 확대, 신성장동력의 엔진이 될 특급 인재 확보,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준법경영 등에 중점을 두고 위기를 극복해 나갈 방침이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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