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살린다더니’…중·대형 업체만 살린 카드수수료 개편

  • 뉴시스
  • 입력 2018년 11월 26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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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발표된 정부의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이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중대형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연매출 500억원 가맹점까지 카드수수료를 인하, 소상공인을 살리기는커녕 카드업계만 고사시킬 것이란 우려가 크다. 금융당국 요구대로 마케팅비용을 축소하면 정작 카드혜택이 줄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오전 신용·체크카드의 우대수수료 가맹점 구간을 확대하고 그 비율을 인하하는 ‘카드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안은 신용·체크카드 우대수수료율 구간을 기존 연매출 5억원에서 30억원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신설구간을 5~10억원 이하, 10~30억원 이하로 구간을 나누고 신용카드 기준 최고 0.65%포인트를 인하했다. 또한 매출 500억원 이하 일반가맹점의 평균 수수료율도 2%이내로 인하하도록 유도한다.

문제는 소상공인을 살리겠다고 내놓은 이 대책이 소상공인 수수료율이 아닌 중대형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는 점이다. 과연 이번 대책으로 소상공인 살림살이가 나아질 것이냐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그동안 카드수수료 인하조치는 매출규모가 작은 영세·중소가맹점 등에 집중됐다. 심지어 부가가치세 매출세액 공제로 이들은 실질적 카드수수료 부담이 없는 상태”라면서 “이에 이번 대책은 매출액 5억원이 초과하는 차상위 자영업·소상공인 비용부담을 경감하는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카드업계는 그동안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한 수수료율 인하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다만 카드업계에 재정적 타격이 클 수 있는 만큼 평균보다 낮게 책정된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상하거나 하한선을 둘 것을 건의해왔다. 대형가맹점에서 회수되는 여유분으로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뜻에서다.

하지만 이같은 업계 목소리에도 금융당국은 대형가맹점 수수료율을 만지지 않았다. 도리어 30억~500억원 이하 가맹점 수수료율까지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카드업계 관계자는 “연매출 500억원 가맹점이 금융당국 주장대로 과연 차상위 가맹점인지 의문”이라며 “이들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소비자 카드혜택을 줄여가면서 마케팅 비용을 축소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30~500억원 구간 가맹점의 수수료율 인하는 ‘수수료 역진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금융위는 “그동안 포인트와 할인 등 부가서비스는 주로 대형가맹점에서 이용되지만 카드사들은 이 비용을 혜택과 무관하게 전 가맹점에 공동배분했다. 그 결과 일반가맹점간 수수료율 역진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30~500억원 이하 구간에 대한 수수료 인하는 대형 가맹점과 수수료율 차별을 시정하는 차원이지 우대수수료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오히려 도소매 자영업자의 경영부담이 경감되고 영업이익이 제고돼 소득증대와 일자리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업계에서는 역대급 규모의 수수료 인하 발표로 경영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위 인하안이 실현되면 카드사는 총 1조4000억원을 추가분담하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전년도 8개 전업카드사 전체 순이익이 1조2000억원 수준이란 점을 감안하면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9차례 수수료 인하에도 소상공인 어려움이 개선되지 못했다는 것은 당국의 수수료인하 방향이 잘못됐다는 것”이라면서 “카드업계가 적자를 맞아 구조조정에 돌입할 위험을 감수하고 펼친 이 정책이 과연 소상공인 소득증대 및 일자리 확대로 이어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드사에 마케팅비용을 줄여 감내하라는 것은 결국 소비자 혜택을 축소해 소비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도리어 가맹점 매출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카드혜택을 받는 수혜자가 그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그 과정에서 기존 소비자가 누리던 카드혜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과도한 카드의 부가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대형가맹점에 과도하게 제공돼던 마케팅 비용을 축소하는 대신 부가서비스 혜택을 누리는 소비자가 연회비를 지불해 이용하도록 약관을 개선한다.

또한 초년도 연회비 면제를 하지 못하도록 카드사의 개별 법인카드 약관과 법인 협약서에 이를 명시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한편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 25일부터 국회와 금융위 등에서 총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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