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ase Study]누구나 강사 될수있게 ‘장벽’ 없애… 3만명 확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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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공개 수업 서비스업체 ‘유데미’의 성장비결

비치아노 부사장
비치아노 부사장
독일에 사는 시리아 난민 모하마드 알랄루시 씨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 유데미(Udemy)에 올라온 ‘파이선 완전 정복(Complete Python Masterclass)’ 강좌를 들으며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입문했다. 그가 유데미에서 데이터 알고리즘을 비롯한 각종 프로그래밍 언어 강좌 30여 개를 마스터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8개월. 고졸인 그는 대학을 졸업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최근 독일의 모바일은행 ‘N26’에 입사했다.

유데미는 알랄루시 씨처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수강생들이 자유롭게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무크(MOOC·온라인 공개 수업) 서비스 업체다. 2010년 출범한 유데미에는 현재 6만5000여 개의 강의가 올라와 있다. 3만 명이 넘는 강사와 2000만 명이 넘는 수강생이 이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유데미는 강사와 수강생을 연결해주면서 수익을 창출한다. 유데미가 이처럼 많은 참여자를 모으며 성장한 비결이 무엇일까. 경영 전문 매거진 DBR(동아비즈니스리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유데미 본사에서 일하는 프랭크 비치아노 부사장과 정세진 글로벌디렉터 등의 서면 인터뷰를 바탕으로 유데미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 구조를 분석했다. DBR 248호(5월 1호)에 실린 사례 연구 기사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강사 진입장벽을 없애다

유데미는 ‘당신의 학교(The Academy of You)’의 줄임말이다. 고객들에게 맞춤형 학교 역할을 하겠다는 게 목표다. 비치아노 부사장은 “유데미는 다양한 강의를 보유한 일종의 도서관”이라며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에게 자기 수준에 맞는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유데미에서는 학위 취득 여부나 경력과 상관없이 누구라도 강사가 될 수 있다. 강의 주제나 수강료에 대해서도 유데미는 간섭하지 않는다. 에어비앤비가 숙소 제공자의 자격을 검증하지 않고 숙소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유데미는 강사의 진입 장벽을 없애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유데미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유다시티나 코세라 같은 기존 무크 업체에 비해 영향력이 작았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으며 현재 구글에서 가장 높은 검색 빈도를 자랑하고 있다. 비치아노 부사장은 “유데미는 다른 무크와 달리 개방형 플랫폼을 지향하면서 훨씬 다양한 주제의 강의가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엄격한 강의 품질 관리

강사의 진입 장벽이 낮으면 품질이 낮은 강의가 유통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사용자들이 플랫폼을 불신하면 지속적인 성장은 불가능하다. 일정 수준 이상의 강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유데미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했다. 비치아노 부사장은 “유데미에 올라오는 강의는 고화질과 고음질의 영상으로 제공되어야 하며 한 강좌의 길이는 30분 이상, 최소 5개 이상의 수업으로 구성돼야 한다는 식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 강사는 본강의를 올리기 전에 1∼3분짜리 시범 영상을 제작해 유데미에 제출해야 한다.

이런 가이드라인은 초보 강사들에게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유데미는 초보 강사들도 일정 수준 이상의 강의를 제작할 수 있도록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강좌를 설계하고 기획안을 만드는 방법부터 실제 동영상을 제작하고 수강생을 늘리는 노하우에 이르기까지 초보 강사들을 위한 단계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 플랫폼 수익은 가치 창출에 비례

유데미의 주 수익원은 개별 강사들의 강의 매출에서 뗀 수수료다. 특이한 점은 수강생의 유입 경로에 따라 수수료를 다르게 부과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유데미 사이트 검색을 통해 수강생이 유입된 경우 강사와 유데미가 매출을 반반씩 나누고, 페이스북 같은 외부 채널을 통해 들어왔을 때에는 채널 업체가 50%, 유데미가 25%, 강사가 25%를 가져간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은 개인 채널을 통해 수강생을 데리고 왔을 때에는 강사가 매출의 97%를 가져간다. 플랫폼을 통해 창출된 가치에 비례해 유데미가 수익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이는 인기 있는 강사로 하여금 자기 팬들을 유데미로 데려오게 만드는 유인이 됐다.

○ 외부 기업과 협력해 수강생 기반 확대

플랫폼 기업은 서비스 공급자와 사용자의 규모가 커질수록 더 큰 가치를 창출한다. 유데미는 규모 확대를 위해 개인 사용자뿐만 아니라 기업 고객도 적극 발굴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유데미는 최신 인기 강좌 2500개를 선정해 ‘유데미 포 비즈니스(Udemy for Business)’라는 기업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유데미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페이팔, 부킹닷컴, 폴크스바겐 등이 직원 교육을 위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임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데미는 개방형 플랫폼을 만들어 콘텐츠 다양성을 확보해 많은 사용자를 끌어모았다”며 “사용자가 강의 품질을 더 정교하게 평가해 콘텐츠 품질을 높이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또 “사용자들의 콘텐츠 이용 과정에서 생성된 수많은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효과적인 새로운 학습 모델을 만들고 고객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온라인 공개 수업#서비스업체#유데미#성장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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