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에 입맛 다시는 이슬람… 2조달러 할랄푸드 시장 열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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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블루오션’ 선점 경쟁
할랄인증 라면 동남아서 돌풍… 된장-간장 등 장류수출 청신호
초코파이-껌 등 ‘과자한류’ 가세

국내 식품업체들이 할랄푸드 시장 선점에 나선 가운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대형 할인매장에서 현지 고객이 신세계푸드가 최근 출시한 할랄 라면을 시식하고 있다. 신세계푸드 제공
국내 식품업체들이 할랄푸드 시장 선점에 나선 가운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대형 할인매장에서 현지 고객이 신세계푸드가 최근 출시한 할랄 라면을 시식하고 있다. 신세계푸드 제공
지난달 26일 서울 성동구 신세계푸드 종합식품연구소 올반LAB에서 신세계푸드가 연 신제품 시식회에 할랄푸드(이슬람교도들이 먹을 수 있도록 허용된 음식)가 깜짝 등장했다. 돼지고기로 만든 육수나 기름을 대신해 이슬람 율법에 맞는 재료를 쓴 할랄 라면 2종이 포장지에 인증마크를 달고 놓여 있었다. 시식을 해보니 맛과 향은 일반 라면보다 조금 더 강하게 느껴졌다. 신세계푸드는 이날 선보인 할랄 인증 라면 2종을 지난달 말레이시아에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할랄푸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신세계푸드의 할랄 라면은 출시 보름 만에 1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현지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신세계는 이 라면의 올해 판매 목표를 80억 원으로 잡았다.

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이슬람 인구가 밀집한 중동이 최근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 받으면서 한국 식품업체들이 ‘할랄푸드’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할랄은 아랍어로 ‘신이 허락한 좋은 것’이라는 뜻이다. 독이 없고, 정신을 흐리게 하지 않아야 하며, 위험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슬람 율법은 혈액, 알코올, 돼지고기, 알라의 이름 아래 올바른 방법으로 도축되지 않은 동물에서 나온 부위 등의 식용을 금지하고 있다. 할랄 인증기관만 전 세계 300여 개나 된다.

할랄 인증을 받으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할랄푸드 시장이 식품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면서 국내 업체들은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09년 6350억 달러(약 680조 원)였던 전 세계 할랄푸드 시장은 2013년 1조 달러를 넘어섰으며 내년에는 시장 규모가 2조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식품업체들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라면에 집중하고 있다. 2011년 농심이 할랄 인증을 받은 신라면을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 등에 선보인 데 이어 삼양식품도 2014년 불닭볶음면을 동남아 지역에 내놓았다. 라면은 수프의 원재료가 다양해 할랄 인증을 통과하기가 매우 어려운 제품 중 하나다. 지난해 농심 할랄라면 매출은 전년 대비 30% 성장했다.

롯데제과는 초코파이와 껌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고 지난달 27일 파키스탄에 초코파이와 껌을 생산하는 제과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롯데제과는 이슬람국가 제과시장에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18억 무슬림 제과시장에 적극 나서 ‘과자 한류’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가공제품뿐만 아니라 고추장, 된장, 간장 등 장류나 설탕 같은 식재료 분야의 할랄시장 진출도 최근 활발하다. 신세계푸드는 한국식품연구원 식품수출지원센터와 공동 개발한 고추장으로 지난달 한국이슬람교중앙회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았다. 이 고추장은 이슬람 율법에서 금지하는 주정(에탄올)을 넣지 않았으며, 발효 속도를 낮춰서 알코올이 생성될 수 없도록 특수 처리했다. 신세계푸드는 할랄 고추장을 활용한 떡볶이 등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한상옥 조선대 대학원 FTA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이슬람 할랄 시장은 블루오션으로 볼 수 있다. 한류 등의 영향으로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만큼 국내 업체들의 할랄 시장 진출이 문화와 식품을 아우르는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고추장#이슬람#2조달러 할랄푸드 시장#블루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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