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80주년… “기업가치 사회와 나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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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창립 80주년 ‘빛과 그늘’


창립 80주년을 맞은 삼성의 메시지는 “임직원, 협력사 등과 손잡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창립 기념영상을 22일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 사업장에 방송한다. 삼성은 기념방송 외에 별도의 기념행사 없이 계열사들이 참여하는 봉사활동으로 80주년을 기념하기로 했다.

방송에는 삼성이 지금까지 성장해 올 수 있었던 데는 임직원들의 공이 컸고, 함께 성장해 온 협력사들에 감사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미래를 다루는 부분에서는 앞으로 기업 가치를 사회와 나누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전방위적인 ‘삼성 때리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의 향후 경영 방침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의 출발점은 80년 전인 1938년 3월 1일, 대구 중구 인교동 길가 지상 4층짜리 건물에 입주한 ‘주식회사 삼성상회’였다. 당시 만 28세 청년이었던 호암 이병철 선대 회장이 자본금 3만 원으로 세운 회사였다. 삼성상회는 대구 일대에서 생산된 청과물 및 건어물을 중국 만주로 수출하는 일을 주로 했다. 삼성 사사(社史)에 따르면 이 선대 회장은 사업을 시작하기 전 “물자가 부족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사람들이 실제 생활에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란 질문을 수차례 스스로에게 던졌다고 한다. 생필품을 사고파는 무역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것도 이 같은 고민에서 나왔다. 삼성이란 이름에서 삼(三)은 큰 것, 많은 것, 강한 것을 나타내고, 성(星)은 밝고 높고 영원히 깨끗이 빛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삼성상회는 출범 10년 만인 1948년 전문 무역회사인 삼성물산으로 성장했고, 1953년 제일제당, 1954년 제일모직을 잇달아 설립했다. 생필품을 수입하는 회사에서 직접 생산해내는 제조업체로 한 단계 나아간 것이다. 이후 삼성은 1960년대 금융, 1970년대 중화학, 1980년대 전자산업으로 계속 대표 업종을 새로 발굴하는 변신을 이어왔다. 미국 포천에서 매년 선정하는 500대 기업 평균 수명이 40년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삼성이 글로벌 제조업체 중에서는 손꼽히게 ‘80년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1987년 회장에 취임한 이건희 회장은 창립 50주년인 이듬해 3월 22일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삼성그룹은 이 뒤로 매년 3월 22일을 회사 창립일로 기념해오고 있다. 당시 이 회장은 “삼성의 체질을 더 굳세게 다져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으로 이어진 제2의 창업을 계기로 삼성그룹 매출은 이 회장 취임 25주년인 2012년 기준 1987년 대비 18배로 성장했고, 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무려 303배로 늘었다.

그 후로 다시 6년, 삼성은 지난해 말 기준 16개 상장사 시가총액 합이 489조8360억 원에 이르는 회사로 또 한 번 퀀텀 점프했다. 지난해 한국 코스피의 30.33%에 육박하는 규모다. 특히 삼성전자는 한 해 동안 239조6000억 원 매출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연간 영업이익도 53조6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반도체, TV, 스마트폰, 가전 등 뛰어든 모든 사업 분야에서 세계 1등을 차지하는 유례없는 기적을 일궜다.

전방위적 ‘삼성 때리기’ 기업활동 위협 우려


지난해 삼성전자 시가총액(346조8620억 원)이 코스피에서 차지한 비중은 21.44%였고, 지난해 3분기(7∼9월)까지 수출액(106조9200억 원)이 전체 대한민국 수출액(약 461조 원)의 23%를 넘었다.

영광의 기록들로 이어져 온 80년이지만 그늘도 적지 않았다. 재계에선 그 어느 때보다 80세 생일을 맞은 올해 분위기가 가장 침체돼 있다는 평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남은 가운데,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등기이사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며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 자리에서 사임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지나친 경영 간섭”이라는 입장이다.

그사이 공정거래위원회(신규 순환출자 금지 가이드라인 번복), 금융위원회(차명재산에 대한 차등 과세) 등 부처별 ‘삼성 때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에선 사실상 삼성을 타깃으로 한 입법 추진이 매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전방위적인 공격에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어려울 지경”이라고 우려했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취임 25주년이었던 2012년 회사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미국 브랜드 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에서 발표한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 톱10 중 기업 역사가 100년이 넘는 브랜드는 단 3개뿐”이라며 “9위에 오른 삼성은 이름 속에 담은 ‘크고 강하고 영원하라’는 세 가지 소망을 담아 100년 기업을 꿈꾼다”고 적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의미였다.

삼성의 경영 방침 가운데 사회와 가치를 공유한다는 내용은 앞으로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 측은 “지난해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것도 기술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겠다는 경영이념에 따른 것”이라며 “바이오산업 역시 고령화시대 인간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삼성은 2012년보다 세 계단 상승한 6위를 차지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삼성#기업#80주년#이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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