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먹구름’ 걷어내고… 韓中경협 새판 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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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訪中이후 분위기 점차 호전

중국 상하이 소재 중소기업진흥공단 수출 창업보육센터(BI) 사무실은 최근 한국 기업들의 입주로 빈 공간이 사라졌다. 중국 진출 초기 단계의 기업에 사무실을 대여해주는 BI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이 한창이던 올 7월만 해도 사무실 입주율이 77%에 그쳤다. 하지만 10월 말 사드 보복이 완화되고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이 결정되면서 현재 사무실 26곳이 꽉 찼다. 이병철 BI 소장은 “화장품 등 소비재를 팔기 위해 준비 중인 한국 기업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던 인허가나 통관 문제가 점차 해소되는 분위기가 분명히 느껴진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중국 정부와 현지 기업이 한국 기업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드 이전 수준으로 판매나 수출이 당장 회복되기는 어렵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을 전후해 중국 측의 태도가 다소 부드러워졌다는 것이다.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맞은 현대·기아자동차 역시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현지 소비자들의 반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를 공격하던 온라인 공간에 ‘현대차를 지지한다(支持現代汽車)’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사드 갈등이 한창이던 올 상반기(1∼6월) 현대차 소유자들이 차량 손상을 우려해 차 뒷면에 ‘나는 현대차를 타지만 중국인입니다’라고 써 붙였던 상황과 비교하면 중국인의 불편한 감정이 상당히 가라앉았다는 것이다.

베이징과 산둥성에서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하면서 국영 여행사인 중국청년여행사와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이트인 씨트립 등 온·오프라인 대형 여행사도 단체관광 상품을 대거 출시하기 시작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이달 1∼14일 주중 공관에 접수된 중국 개인 비자 신청 건수가 8만470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늘어 감소 추세를 벗어났다”고 전했다.

유일한 예외는 사드 보복의 최대 피해자인 롯데그룹이다. 지난달 말 중국 국가여유국이 한국행 단체관광을 일부 허용했지만 유독 롯데호텔 숙박과 롯데면세점 쇼핑 일정은 제외해 중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번 한중 갈등은 영토 분쟁으로 경제 보복을 당한 일본의 사례와는 차이가 있다고 보고 있다. 사드 갈등은 한중 간 우호관계 속에서 발생한 의도치 않은 정치적 이슈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드 갈등 해소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산업정책과 경제구조 변화에 따른 일부 산업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한국이 아직 우위를 점한 분야에서 기술 격차를 좁히고 소재와 부품 분야에서도 한국산 수입을 대체한다는 이른바 ‘홍색공급망(紅色供給網·red supply chain)’ 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이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한국 기업의 피해는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5년경부터 중국은 자국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산업을 육성해온 만큼 사드 갈등이 해소됐다고 국내 배터리업체가 다시 중국 사업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분야만 중국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 실제 사드 갈등에도 불구하고 2017년 1∼8월 대(對)중국 수출은 반도체가 50% 이상의 수출 증가세를 보이며 전년 동기 대비 12.0%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188% 이상 성장하던 소비재가 사드 갈등으로 16.4% 성장에 그쳤지만 의약품은 올해 1∼8월 26.1%나 수출이 늘었다. 중국 노령인구 증가에 따른 시장 확대로 경쟁력 있는 한국 제품이 꾸준히 팔렸다는 의미다. 화장품 역시 중국시장에서의 회복이 예상된다. 한한령이 본격화한 3월 이후 중국 내 성장률이 한 자릿수대로 주춤했지만 3분기(7∼9월) 이후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이니스프리 등은 20% 중후반대로 성장해 회복세가 뚜렷하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야를 앞세워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경제에 한국 산업계가 올라타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알리바바 대주주가 일본 소프트뱅크이고, 텐센트 대주주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내스퍼스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기업도 중국의 성장기업에 투자해 과실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세진 mint4a@donga.com·박은서 기자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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