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감동경영/기고] 강준석 해양수산부 차관 “우리 바다에 명태가 돌아오는 날을 기다리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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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농부는 1년 농사를 준비하며 정성들여 씨를 뿌린다. 가뭄이나 홍수가 올 수도 있고 병충해가 닥칠 수도 있겠지만, 끝끝내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마음으로 우리는 바다에도 씨를 뿌린다. 바다의 물고기는 농작물을 가꾸는 것 못지않게 정성을 들이고 관리를 해야만 풍요로운 어장을 지켜낼 수 있다.

우리 바다에 살고 있는 수산자원 중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명태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생태, 동태, 북어, 황태, 코다리 등 무려 28가지의 이름으로 불릴 만큼 사랑받는 ‘국민 생선’이자 동해의 대표 어종이었으나, 현재 상업적 어획이 불가능할 정도로 자원량이 크게 감소한 안타까운 물고기라는 점에서 그렇다.

1940년에는 명태를 26만 t 넘게 잡아 국민 모두가 먹고도 남았을 정도였다고 하나 1970∼80년대 무분별한 남획으로 인해 자원량이 급감하고 기후변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냉수성 어종인 명태는 점점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이로 인해 매년 우리 국민이 먹는 명태 25만 t의 대부분을 러시아와 미국 등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해양수산부는 국산 명태를 다시 국민의 식탁에 올리기 위해 2014년부터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처음에는 인공종자 생산을 위해 필요한 명태 어미 몇 마리조차 확보하기 어려워 한 마리당 50만 원의 현상금을 내거는 등 우여곡절 끝에 자연산 어미명태를 확보하였으며, 이후 2016년 10월 세계 최초로 ‘명태 완전양식 기술개발’에 성공함에 따라 인공종자를 생산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확보하게 되었다.

해양수산부는 2015년 자연에서 어렵게 확보한 어미 명태로부터 인공종자를 생산하는 데 성공하였으며, 이후 곧바로 자원회복 및 생태학적 연구를 위해 명태 방류를 시작하였다. 2015년 12월 말 인공 1세대 어린 명태 1만5000마리를 고성군 보호수면에 방류하고 작년 6월에는 약 30cm 정도로 성장한 명태 1000마리에 표지를 부착하여 추가 방류하였다.

올해에는 5월 제22회 바다의 날을 기념하여 완전양식 기술을 통해 탄생한 인공 2세대 어린명태 15만 마리를 방류한 바 있으며, 오늘(12월 15일) 추가로 15만 마리를 방류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방류량을 더욱 확대하여 매년 명태 100만 마리 방류를 추진할 예정이며, 명태 자원이 회복될 때까지 명태 어획을 전면 금지하는 모라토리움(전면 포획금지)도 시행하여 명태자원 회복을 위해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30여 년간 해양수산 분야에 종사하면서 인공종자 방류에 참여한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필자는 바다에 씨를 뿌리는 어부의 마음으로 작은 물고기들이 잘 자라서 풍성한 수산자원으로 되돌아오기를 바랐었다. 오늘 방류할 명태종자 15만 마리는 집 나간 명태를 다시 불러들일, 우리 식탁에서 다시 국산 명태를 만날 수 있게 해 줄 희망의 씨앗이 되어 줄 것이다. 이 어린 명태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명태자원 회복을 알리는 신호가 되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 동해 바다에 다시 명태가 가득 차기를, 우리 국민들이 국산 명태가 올라간 밥상을 다시 마주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기나긴 겨울#명태#해양수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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