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 같은 떡·부드러운 고기… “어르신, 이젠 편히 드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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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홈, 효소이용 연화기술 특허출원… 실버푸드 시장 본격 진출

분명 같은 맛, 같은 모양의 떡인데 씹는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20일 경기 성남시 아워홈 식품연구원 연구실에서 ‘연화처리’를 한 떡을 베어 물었다. 앞니로 떡을 씹기 무섭게 절단면이 생기며 떡이 분리됐다. 마치 젤리처럼 부드러워 4, 5번 씹었을 뿐인데 목으로 넘기기에 무리가 없을 정도가 됐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일반 떡을 입안에 넣었다. 앞서 먹은 떡과 달리 30번 이상을 씹은 후에야 목으로 넘길 수 있을 만큼 떡이 잘게 변했다. 돼지고기와 쇠고기 사태로 만든 사태찜도 결과는 비슷했다. 씹히는 정도를 빼고 맛과 식감은 평소에 먹는 일반적인 떡과 고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음식의 부드러운 정도가 확연하게 구별됐다. 치아가 불편한 고령층이 먹기에도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아워홈 연구원이 지난달 65세 이상 고령자 62명을 상대로 연화식 시식을 진행한 결과 대부분의 참가자가 씹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며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한 80대 참가자는 연구원 관계자와의 심층 인터뷰에서 “틀니를 끼기 시작한 이후 단 한 번도 덩어리로 된 고기를 먹어본 적이 없는데 정말 부드럽게 잘 씹힌다. 이런 고기라면 앞으로도 맛있게 잘 먹을 수 있겠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70대 참가자도 “떡이 입에서 잘 씹혀 소화가 아주 잘된다”면서 “무엇보다 맛의 차이가 없어서 좋았다”며 구입할 수 있는 경로를 물었다.

20일 경기 성남시 아워홈 식품연구원에서 직원이 연화 처리를 한 떡의 단단한 정도를 테스트하고 있다.
20일 경기 성남시 아워홈 식품연구원에서 직원이 연화 처리를 한 떡의 단단한 정도를 테스트하고 있다.
아워홈은 3년간 연화기술을 연구했다. 아워홈 관계자는 “육류 연화기술은 프로테아제(Protease) 효소를 감압 방식으로 고기에 침투시켜 육질의 부드러운 정도를 최소 30%에서 최대 70%까지 원하는 수준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가 먹은 떡의 단단한 정도를 비교 측정해본 결과 연화기술을 적용한 떡은 일반 떡에 비해 단단한 정도가 절반 이하였다.

아워홈 식품연구원은 효소를 활용해 육류, 떡 등의 물성을 조절하는 데 성공해 지난달 특허출원을 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고령자용 저작용이, 저작기능 개선 식품 개발’ 연구가 비로소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열로 쪄내는 기존 연화 방식에 비해 영양이나 맛 손실이 적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장성호 아워홈 식품연구원장은 “우리보다 고령화를 일찍 경험한 일본은 연화기술을 활용해 고령자가 씹기 좋은 실버푸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나이가 들면서 ‘맛의 즐거움’을 포기해야만 했는데 연화식이 고령자의 먹는 즐거움을 다시 찾아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고령친화 식품, 이른바 ‘실버푸드’ 시장을 둘러싼 유통업계의 선점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달 연화식 전문 브랜드를 선보인 데 이어 앞으로 연화식 상품을 100종 이상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CJ프레시웨이도 환자식을 중심으로 관련 산업에 뛰어들었다.

농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고령친화 식품 시장 규모는 2012년 5816억 원에서 2015년 7903억 원으로 급증했다. 업계에선 올해 실버푸드 시장 규모가 1조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 연구원장은 “실버푸드는 고령자뿐 아니라 식사에 불편함을 겪거나 연한 음식을 선호하는 등 모든 소비자가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고기나 떡뿐 아니라 단단한 채소 등 다양한 식품으로 연구개발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아워홈#실버푸드#영양#연화식#연화 연구#노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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