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속의 봄… 상장사 영업익 사상최대 156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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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코스닥 기업 1417곳 실적 분석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년 대비 10.6% 늘어난 29조22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반도체 호황을 타고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반전 실적’을 발표한 것이다.

삼성전자뿐만이 아니다. 국내 상장사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156조 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실적만 놓고 보면 기업 경기에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진다. 미국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움직임과 중국 리스크, 국내 기업 구조조정 등이 경기 회복세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한 1417개사의 지난해 실적을 추산한 결과 영업이익은 모두 155조7000억 원, 순이익은 109조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상장사는 증권사 3곳 이상이 내놓은 실적 추정치의 평균값을 반영했다.

조사 대상 상장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015년(134조8000억 원)보다 20조9000억 원(15.5%)이 늘었다. 김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2015년에 이어 2년 연속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기업 경기가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매출액은 1930조9000억 원으로 지난해(2017조9000억 원)보다 줄었다. 외형은 쪼그라들었는데 수익성은 개선된 것이다. 이에 대해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 등으로 수익성을 개선하는 ‘불황형 흑자’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비용 절감으로 수익성이 개선된 데다 공급 과잉 분야의 구조조정이 진행돼 기업 실적이 나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종별로는 희비가 갈렸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올라탄 정보기술(IT) 업종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시가총액 2위 SK하이닉스는 2015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밑돌았지만, 지난해 4분기에 사상 최대인 1조5361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석유, 화학 등 관련 업종은 매출은 줄었지만 이익이 늘어난 대표적 업종이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저유가로 제품 원가가 줄어들고 정제 마진이 늘면서 영업이익률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매출이 39조5205억 원으로 전년(48조3563억 원)보다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조9796억 원에서 3조2283억 원으로 63.1% 늘었다.

반면 금융이나 소비재, 유틸리티 등 업종은 이익이 줄어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김상호 연구원은 “소비재 분야는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 원자재 가격에 따른 신흥국 수요 변화,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 등의 고비를 잘 넘기면 올해는 기업 매출이 늘면서 이익도 커지는 경기 회복의 원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민기 minki@donga.com·이건혁 기자
#상장사#코스피#코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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