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증시 부진에… 개인투자자, 부동산펀드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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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형 부동산 펀드 속속 등장
순자산 47조원 사상 최대 규모… 작년 11조 증가…채권형 이어 2위
업계, 상반기 최소 새상품 3건 출시… 불투명한 시장 전망이 걸림돌

 공모형 부동산 펀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관투자가와 사모투자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부동산 펀드 시장이 개인투자자들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펀드가 저금리와 증시 부진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을 빨아들이며 당분간 인기몰이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6년 말 현재 부동산 펀드 순자산은 사상 최고 규모인 47조1625억 원으로 집계됐다. 2008년 금융 위기 직전 7조 원 수준에서 약 7배로 몸집을 불린 것이다. 지난해 부동산 펀드의 순자산은 11조2546억 원이 증가했다. 가장 많은 투자금이 몰렸던 채권형펀드(18조1710억 원) 다음으로 큰 규모다. 금투협 관계자는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자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평가받는 부동산 등 실물 펀드가 강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부동산 펀드는 오피스 빌딩이나 호텔, 물류시설 등을 기초자산으로 편입하고 임대료와 매매 차익 등으로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투자 대상이 제한적인 데다 상품 구조가 주식형 펀드에 비해 복잡해 기관투자가나 자산가들이 주로 투자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부동산 펀드 투자자 중 개인 비중은 2.6%에 불과했다. 부동산 펀드 전체 자산에서 공모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말 현재 약 2.7%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저금리와 글로벌 증시 부진으로 대체 투자처를 찾는 개인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공모형 상품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판매된 600억 원 규모의 ‘하나 티마크그랜드 부동산펀드’, 3000억 원 규모 ‘미래에셋맵스 미국부동산펀드’ 등 대규모 공모형 부동산 펀드들이 성공적으로 자금을 끌어 모은 건 시장의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국내 자산운용사 상품기획담당 임원은 “그 동안 공모형 부동산 펀드가 나오지 않았던 건 완판 가능성이 낮았기 때문인데, 앞으로는 공모형도 상품만 좋으면 팔릴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보고서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최소 3건의 공모형 부동산 펀드가 새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ARA에셋매니지먼트가 다음 달 경기 성남시 ‘판교 알파리움타워’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공모형 부동산 펀드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어 하나자산운용이 미국 워싱턴의 미항공우주국(NASA) 빌딩에 투자하는 펀드를, 코람코자산신탁이 이랜드 계열사 건물 3채를 묶은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 중구 서소문동 소재 상업용 빌딩 ‘퍼시픽타워’에 투자하는 공모형 펀드를 내놨다가 판매가 무산됐던 이지스자산운용도 2, 3건의 공모형 부동산 펀드 판매 계획을 세우고 있다. 황규완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공모 펀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자산운용사들의 추가 상품 개발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자산운용사들은 펀드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시키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때문에 중도 환매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초자산으로 삼은 부동산 가격이나 수익률이 떨어지면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상품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장기 투자가 가능한 투자자만이 접근하는 게 옳다”고 조언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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