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스펙경쟁 끝나… 이젠 AI로 승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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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부딪힌 하드웨어 혁신

  
화웨이 스마트폰 아너 매직(Honor Magic).
화웨이 스마트폰 아너 매직(Honor Magic).
‘국내 정보기술(IT) 얼리어답터(새 제품을 남보다 먼저 경험하려는 고객) 사이에서 화웨이 P9이 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과 높은 카메라 기능으로 화제를 끌고 있다.’

 국내 한 대형 마케팅 업체가 화웨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P9에 대해 작성한 내부 보고서 중 일부 대목이다. 2일부터 LG유플러스를 통해 국내 판매를 시작한 P9은 19일 현재까지 하루 평균 판매량이 100대 미만에 머무르고 있어 통신업계에서는 ‘사실상 실패’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반대로 국내 이용자들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하드웨어적 상향평준화’를 직접적으로 확인하는 첫 계기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P9은 독일 카메라 제조업체 라이카와 공동 개발해 탑재한 카메라 성능이 상당히 인상적인 제품”이라며 “당장 판매량이 문제가 아니라 ‘프리미엄’이라는 수식어가 더 이상 삼성전자, 애플에만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하드웨어 혁신은 끝나

  ‘스마트폰의 하드웨어적 혁신 가능성이 남아 있는가’, 글로벌 스마트폰 업계에서 이 물음에 시원하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곳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올해 애플이 아이폰7을 발표했을 당시에도 글로벌 미디어 업계는 실망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아이폰 시리즈 최초로 1m 깊이에서 30분을 견딜 수 있는 방수·방진 기능을 갖췄지만 카메라 기능과 디자인적인 면에서 혁신과는 거리가 먼 제품이라는 평가가 상당수였다.

 삼성전자, LG전자 등도 올 한 해 제자리걸음을 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에서 지문인식이 아닌 홍채인식이라는 새로운 기능으로 보안·금융 거래까지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배터리 발화에 따른 단종’이라는 예상 밖 난관을 만나 결국 실패했다.

 LG전자가 발표한 G5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G5 발표 당시 LG전자는 “더 이상 스마트폰 고사양 경쟁은 끝났다”며 최초로 모듈형 제품을 내놓았지만 수율(투입한 원자재 대비 완성된 제품 비율) 문제에 따른 초기 판매 부진으로 실패했다. 내년에 공개할 G6에서는 모듈형 방식을 채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 인공지능(AI) 등 소프트웨어 경쟁 시작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애플, LG전자 등이 주춤하는 사이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은 하드웨어적 기술력을 빠르게 쌓으며 격차를 상당히 좁힌 것이 사실”이라며 “내년 스마트폰 시장은 하드웨어적 혁신보다는 AI 탑재 등 소프트웨어적 기능을 바탕으로 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도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업체와 기술적 격차가 크지 않다. 화웨이는 16일(현지 시간) AI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폰 ‘아너 매직(Honor Magic)’을 선보였다. 아너 매직은 주변 환경을 스스로 인식함과 동시에 사용자 행동 패턴을 자동으로 학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자가 극장, 음식점 등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자동으로 전자 티켓이나 할인권을 제공하는 식이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스마트폰#하드웨어#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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