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하나로 4년 간 90만 달러… SKT 과감한 투자 빛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8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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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T1의 프로게이머 페이커(본명 이상혁·20)는 e스포츠계의 마이클 조던이다.'

프로게임구단 SK텔레콤 T1이 '2016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사상 처음 3회 우승을 달성하자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T1을 1990년대 농구계를 이끈 시카고불스와 비교하며 이렇게 썼다.

SK텔레콤 T1 구단의 '에이스' 페이커는 입단 이래 2013년 6월 열린 대회부터 이번 롤드컵까지 총 31개 대회에서 89만6597 달러(10억1853만 원)를 벌어들였다.

2011년부터 시작된 롤드컵에서 3회나 우승한 것은 계속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 분야에서 광고·홍보 가치를 알아본 SK텔레콤의 과감한 투자 때문이다.

김선중 SK텔레콤 기업문화부문 스포츠단장은 8일 "데이터에 기반 한 결정, 리스크 관리, 과감한 투자 등 3박자의 합이 맞았다"며 "프로게임구단 운영으로 올해에만 약 250억 원의 광고홍보 효과를 봤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2004년부터 13년 간 프로게임구단을 운영한 노하우로 '팀 퍼포먼스 매니지먼트 시스템(TPMS)'를 개발했다. TPMS는 선수들이 정규 훈련시간(8시간)에 가진 전적과 자율 훈련시간에 행한 활동을 기록하는 빅데이터 프로그램이다. 빅데이터를 토대로 6명의 선수 중 실전에 투입될 5명이 가려지기 때문에 선수들은 주전 자리를 꿰차기 위해 연습을 거듭했다.
리스크 관리도 주목할 부분이다. SK텔레콤 T1은 2013년, 2015년에 각각 우승을 차지했지만 위기도 함께 찾아왔다. 우승 주역 2~3명이 해외로 이적하거나 은퇴한 것. 전체 6명이 한 구단인 만큼 전력의 50%가 빠지면 다음 대회에서는 예선 통과도 기약하기 어렵다. 이에 지난해부터 타 구단과 달리 스카우트를 전담하는 코칭스태프를 별도로 채용해 공백을 빠르게 메웠다.
SK텔레콤 아울러 T1 선수의 연봉을 타 구단 대비 약 2.5배로 높게 책정했다. SK그룹 산하 야구단, 농구단 등 인기 스포츠단과 마찬가지로 프로게임구단에도 전폭적인 지원을 한 것이다. SK텔레콤은 e스포츠에 연간 20~30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SK텔레콤 T1은 선수들의 정신, 신체 건강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국내 유명 병원 재활실장이 두 달에 한 번 선수들의 신체를 교정해준다. 프로게이머들이 손가락 손목 허리 다리 등의 부상이 잦기 때문이다.

페이커는 중·고등학교 내신 성적이 상위 1%였던 우등생. 다른 선수들도 상위권 성적을 기록한 모범생들이었다. 이 같은 배경 탓에 프로게이머들은 공부 대신 게임이라는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없음을 보증 받고 싶어 한다.

이에 SK텔레콤 기업문화부문 인재개발원이 나서 9월부터 생애관리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테니스 국가대표 출신 박성희 퍼포먼스 심리연구소장 진행 하에 자기 인생 돌아보기, 인생 목표 수립하기 등 수업을 통해 프로게이머 이후 'PC방 사장'이 아닌 'IT 전문가'로서의 길을 걷을 수 있도록 멘토링하고 있다.

김 단장은 SK텔레콤이 프로게임구단을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플랫폼 기업으로서 성장 가능성이 농후한 콘텐츠인 게임 산업에 지원함으로써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생태계의 선순환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게임시장 조사기관 뉴주에 따르면 e스포츠 시장 규모는 2014년 1.94억 달러, 2015년 3.25억달러, 2016년 4.63억 달러(예상) 등으로 매년 성장하고 있다.

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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