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가솔린 “車가격 싸 경제적” vs 전기차 “한달 연료비 2만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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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소유주들이 말하는 연료별 장단점

 “출퇴근용으로 생각 중인데 디젤과 하이브리드 중 뭐가 나을까요?”

 직장인 김모 씨(30)는 최근 인터넷 게시판에 질문을 하나 올렸다. 결혼을 앞두고 차를 구입하기로 하면서 고민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연료비가 저렴한 디젤(경유)차와 연료소비효율이 높다고 알려진 하이브리드차(HEV)를 생각 중이지만 확신이 서지 않았다. 주위에서는 “차량 가격과 정숙성을 생각하면 가솔린(휘발유)차가 여러모로 낫다”는 말도 들려온다.

 자신의 취향과 생활 패턴에 따라 어느 연료가 더 잘 맞는지를 찾아야 하는 시대. 바야흐로 자동차 연료의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다. 자동차 연료가 다양해진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어떤 측면에 주목해 차량을 구매하고 있을까.

정숙의 가솔린 vs 힘 넘치는 디젤

 가솔린 엔진은 우선 부드러운 주행 성능이 장점으로 꼽힌다. 임신부인 송하나 씨(32)는 한 달 전 한국GM의 ‘쉐보레 말리부’를 구매했다. 송 씨는 “몸 상태를 고려했을 때 운전하면서 피로도가 덜한 차가 필요했다”라며 “디젤차는 아무래도 진동과 소음이 있으니까 부드러운 가솔린차를 생각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가솔린차는 디젤차보다 저렴하다. 현대자동차 쏘나타를 예로 들면 가솔린 2.0 CVVL은 최소 2255만 원부터 가격이 형성돼 있는 반면 디젤 1.7 e-VGT는 2505만 원부터 시작한다. 3년째 지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컴패스’를 타고 있는 최진수 씨(33)는 “가솔린차의 가격은 디젤이나 하이브리드차보다 낮다”라며 “그런 이유 때문에 덩치가 크면서도 진동과 소음이 별로 없는 가솔린 SUV를 고르게 됐다”라고 말했다.

 가솔린 엔진은 공기와 가솔린을 섞은 혼합기에 점화장치가 불꽃을 터뜨려 폭발한다. 반면 디젤 엔진은 높은 압력이 필요하다. 고압의 엔진 내부에서 연료를 안개처럼 뿌리는 방식인데, 불꽃 없이 자체 폭발을 한다는 특징이 있다. 디젤 엔진은 구조적으로 덩치가 크고 많은 부품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에 가격도 높다.

 반면 디젤차는 저렴한 유류비와 높은 연비가 강점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1년 26만7784대로 시장의 약 20.7%를 차지했던 디젤차의 점유율은 2013년 32.4%, 2014년 38.6%로 꾸준히 높아졌다. 지난해 68만4383대(44.7%)의 등록대수를 기록하며 근소한 차로 가솔린차(44.5%)를 앞서기도 했다.

 특히 수입 디젤차의 판매량이 무섭게 늘어났다. 지난해 수입 디젤차의 판매량은 총 16만7925대로 수입 차 점유율의 68.8%를 차지했다. 수입 차 10대 중 7대는 디젤차였던 셈이다.

 지난해 6월 메르세데스벤츠의 세단 C 220d를 구매한 직장인 김혜일 씨(49)도 그중 한 사람이다. 2010년부터 5년 동안은 폴크스바겐의 골프 2.0 TDI를 타고 다녔다. 그는 “디젤차의 풍부한 토크(엔진을 돌리는 힘)에 반해 가솔린차를 타다가 바꾸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토크가 높을수록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힘이 올라간다.

 지난해 9월 폴크스바겐이 배출가스 저감 장치 소프트웨어를 조작한 이른바 ‘디젤게이트’가 불거진 후, 올해 들어 디젤차의 판매는 감소세다. 지난해 디젤차에 역전당했던 가솔린차 등록 비중이 다시 디젤차를 앞섰다. 올해 1∼9월 누적 등록 대수를 기준으로 보면 가솔린차는 55만5227대로 47.3%, 디젤차는 46만1995대로 41.5%다. 특히 수입 디젤차가 확연히 줄었다. 지난해 1∼9월 수입 디젤차는 12만3328대가 팔렸으나, 올해 같은 기간에는 17.7%가 감소한 10만1520대가 팔렸다.

 하지만 실제로 디젤게이트 이슈가 디젤차 구매 자체를 좌지우지했다기에는 무리가 있다. 지난달 현대차 싼타페를 구매한 김지연 씨(28·여)는 “디젤게이트가 특정 브랜드에 대한 이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디젤차 구매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조금씩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는 친환경차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친환경차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가고 있다. 올해 1∼9월 하이브리드차의 판매 대수는 4만6259대로, 지난해 판매량(3만9014대)을 이미 뛰어넘었다.

 국내 하이브리드차 시장은 2006년 렉서스가 ‘RX400h’를, 2009년 도요타가 프리우스를 선보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현대·기아차도 2009년 아반떼, 포르테 LPI(액화석유가스 엔진) 하이브리드차 판매를 시작했으며, 2010년엔 가솔린 엔진과 결합한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올해 들어 현대 아이오닉, 기아 니로, 도요타 4세대 프리우스, 렉서스 RX450h 등이 출시되면서 현재는 10종이 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판매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는 시동을 걸었을 때 소음이 없다. 인피니티의 하이브리드 모델 Q50 S를 타는 김성훈 씨(30)는 “시끄러운 디젤차의 엔진 소리 때문에 하이브리드차로 바꾼 후 완전히 반했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이전엔 동일한 디자인의 Q50 디젤 모델을 타던 운전자다. 그는 “디젤차의 소음, 진동을 잡기 위해 300만 원을 주고 엔진룸, 시트 아랫부분 등에 저소음 패드를 깔아 봤지만, 하이브리드차보다 더 조용할 수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하이브리드차의 또 다른 장점은 높은 연비. 올해 4월 기아차 니로를 구입한 이영태 씨(35)는 “공인 복합연비는 L당 19.5km 수준이지만 실제로는 L당 23∼25km도 나온다”라고 평가했다.

 하이브리드차는 친환경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렉서스 ES300h를 타는 최윤순 씨(37)는 “취득세를 감면받았을 뿐만 아니라 공영주차장 주차료 50% 할인, 서울 남산터널 무료 통행의 혜택도 있다”라며 “평소 주행거리가 많지 않아 한 달 기름값이 5만 원밖에 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하이브리드차 구매 시 정부로부터 환경보조금 100만 원도 받을 수 있다.

 인프라가 부족한 탓에 전기차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활성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7월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 1호차의 주인공으로 선정된 정희원 씨(32)는 평소 차를 타고 다니면서 큰 불편이 없다고 전했다. 사실 내연기관차의 소유주들이 전기차로 눈을 돌리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가는 길목 중 어디서 충전할 수 있는지를 미리 파악하고 다니기 때문에 충전에 대한 큰 문제는 없다”라고 말했다. 정 씨는 “배터리가 모두 방전되고 충전을 하는 게 아니라 수시로 충전을 한다”며 “특히 현대차 영업소 등 곳곳에 무료 충전 구역이 있고 급하면 1분만 충전해도 7∼8km는 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진동 없는 정지 상태, 즉각적인 가속력, 바람소리 외엔 소음이 없는 주행을 전기차의 강점으로 꼽았다.

 전기차를 사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정부 1400만 원, 지방자치단체 300만∼800만 원의 보조금을 받고 각종 세제 혜택을 합치면 2000만 원대에 전기차 구매가 가능하다. 그 때문에 전기차도 경제적이라는 목소리가 있다. 2014년부터 BMW i3를 운행하는 김성태 씨(40)는 “한 달 평균 2000km를 운행하는 편인데 가솔린차라면 연료비만 30만 원이 든다. 반면 전기차는 고작 2만 원밖에 들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제주도에서 르노삼성 SM3 Z.E.로 택시 영업을 하는 김원홍 씨(54)는 “엔진오일 교체를 신경 쓸 필요도 없고 브레이크 패드 교환 주기도 길다. 잔고장이 없으니 영업하기 더 수월하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제주,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선 전기차 충전에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 정 씨는 “어느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충전기가 딱 1대뿐이라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 했던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전기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 높지 않은 점도 전기차 운전자가 염두에 둬야 할 부분 중 하나다. 아파트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입주민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주민 반대로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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