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 출자회사 재취업 금지… 낙하산 사라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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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수출입은행 혁신방안 발표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퇴직 임직원의 구조조정 대상 기업 재취업을 금지해 ‘낙하산 관행’을 뿌리 뽑기로 했다. 또 사외이사를 1명씩 더 늘려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9월 말까지 혁신방안을 내놓겠다던 당초 계획보다 한 달여 늦어진 데다 대부분은 6월에 내놓은 대책에서 크게 나아간 것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KDB혁신위원회와 수은경영혁신위원회는 31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각각 ‘산업은행 혁신방안’과 ‘수은 혁신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6월 8일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을 내놓으면서 산은과 수은의 쇄신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산은과 수은은 외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각각 KDB혁신위원회와 수은경영혁신위원회를 꾸리는 등 넉 달여의 작업 끝에 이날 혁신안을 내놨다.
○ 산은, 낙하산 막고 전문성 강화

 
산은과 수은이 이날 밝힌 혁신안의 핵심은 정책금융기관 본연의 역할 강화와 외부 견제를 통한 투명성 확대다. 그동안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거진 산은의 ‘낙하산 취업’ 관행이나 수출기업에 대한 수은의 과도한 지원과 건전성 악화 등을 해결하려면 ‘뼈를 깎는’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산은은 낙하산 방지와 전문성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올해 말부터 산은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개선절차(워크아웃)나 자율협약 등이 진행 중인 구조조정 기업에 산은 퇴직 임직원이 상근 또는 비상근직으로 재취업하는 것을 3년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6월 발표한 혁신안에서는 ‘예외적으로 심사를 통해 허용’이라는 단서를 뒀지만 이번에는 이마저 없앤 것이다.

 산은은 올해 안에 출자회사 95곳의 매각을 마무리하되 ‘시장 가격 매각’ 원칙을 정관과 내규 등에 못 박기로 했다. 주가 하락 등으로 지분 인수 때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이 예상되면 ‘헐값’ 논란에 밀려 매각 타이밍을 놓쳐버리는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의미다.

  ‘산업·기술리서치센터’(가칭)를 신설하고 직군별 인사관리와 외부 전문가 채용으로 전문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비용 절감을 위한 인력 및 조직 축소도 진행한다. 2021년까지 인력 10%를 줄이고 보수를 깎아 351억 원을 절감하고 내년 말까지 지점 8곳을 줄여 49억 원을 아낄 예정이다.
○ 수은, 여신 심사 꼼꼼히 해 리스크 관리

 
수은의 혁신안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자구 노력 이행에 방점이 찍혔다. 상반기(1∼6월)에 40년 만에 적자를 낸 데다 정부의 출자까지 받은 수은의 현 상황을 반영한 조치다. 남주하 수은경영혁신위원장(서강대 교수)은 “수은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해마다 자금 공급은 늘렸지만 자본건전성 확보와 리스크 관리에 관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은은 리스크관리위원회의 과반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신용평가 3심제’를 도입해 여신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정 기업 등에 여신이 과도하게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현재 60%와 80%인 동일인과 동일차주의 자기자본 대비 여신 한도를 40%와 50%로 각각 축소한다.

 조직은 현행 9개 본부에서 7개로 줄이고 상임이사는 2명에서 1명으로 축소한다. 팀장급 이상 조직관리자는 2020년까지 10%, 직원 정원은 2021년까지 5% 줄이기로 했다. 임원 연봉 삭감과 직원의 임금 상승분 반납으로 총 300억 원을 감축할 계획이다.
○ “재취업 전면 금지 의미” vs “6월 초안 재판”

 산은과 수은의 혁신안에 대해 금융권 안팎에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산은의 출자회사가 산은 인사 적체를 해소하는 창구가 되면서 방만 경영 문제가 불거졌다”며 “재취업 전면 금지는 매우 의미 있으나 출자회사 감독을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이 더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외이사 확대 역시 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산은은 현재 4명인 사외이사를 5명으로 늘리고, 수은도 2명에서 3명으로 확대한다. 그 대신 사내이사는 1명씩 줄이기로 했다.

 반면 과감한 구조조정 방안 없이 지엽적인 대책만 늘어놨다는 비판도 있다. 문종진 명지대 교수는 “낙하산 방지 대책은 환영할 만하나 내부 고발 등을 통해 문제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은 미흡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직원 10% 감축 계획은 사실상 퇴직 등 자연감소분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전체적인 내용도 6월 발표의 재탕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산은의 ‘직군별 인사 관리’, 수은의 ‘부서 이동 주기 3년으로 연장’ 같은 조치가 국책은행의 전문성 강화에 큰 기여를 할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와 관련해 김경수 KDB혁신위원회 위원장(성균관대 교수)은 “산은이 자체적으로 전문성을 높여야 정부의 입김에도 흔들리지 않고 원칙에 따라 구조조정을 실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창규 kyu@donga.com·박희창 기자
#출자회사#재취업#낙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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