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株, 이젠 옥석 가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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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사태후 주가약세 돌아서

 바이오 열풍을 이끌어온 한미약품이 늑장 공시와 미공개 정보 유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바이오주(株)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3분기(7∼9월) 실적이 썩 좋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선진국 헬스케어 종목의 부진까지 겹쳐 바이오 업종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약품 사태를 계기로 당분간 바이오주의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묻지 마 투자’를 줄이고 우량 종목을 골라내는 안목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미약품 사태가 발생한 지난달 30일부터 이번 달 17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제약 및 바이오 회사가 편입된 KRX 헬스케어 지수는 14.1%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한미약품 주가는 34.1% 폭락했다. 지주사 격인 한미사이언스도 36.3% 떨어졌다. 유가증권시장의 JW중외제약(34.4%)을 비롯해 녹십자(17.2%), 유한양행(10.7%) 등도 약세를 보였다. 코스닥시장의 바이로메드(20.0%), 셀트리온(7.4%), 코미팜(5.9%) 등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바이오 및 헬스케어 관련 종목의 실적 전망이 부진한 점도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유안타증권이 주요 제약사인 한미약품, 유한양행, 녹십자, 동아에스티, 종근당 등 5개 업체의 3분기 잠정 실적을 분석한 결과 5개 업체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시장을 선도해온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의 바이오·헬스케어 관련 종목 주가도 최근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제약업체의 높은 의약품 가격을 비판해온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제약업종의 정치적 리스크도 커졌다. 김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내외적 이슈로 헬스케어 주가가 오르지 못하고 있다”며 “연말 이후 투자 심리가 개선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반등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내외 바이오 관련 종목의 하락세에 헬스케어를 테마로 한 공모형 펀드도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국내 헬스케어펀드 7개는 올해 ―13.9%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해외 헬스케어 종목에 투자하는 펀드 14개의 수익률도 같은 기간 ―10.7%에 불과하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한미약품 사태 이후 투자자들이 바이오 투자에 신중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미약품 사태로 신약 개발의 성공 가능성이 낮고, 수출이 이루어지더라도 수차례 임상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계약 구조가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제약담당 애널리스트는 “이번 사태를 통해 바이오·헬스케어 관련 종목은 무조건 오른다는 맹신이 깨졌다”며 “신약 개발을 바라보는 시선이 보수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령화 시대를 맞아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투자를 중단할 필요는 없다는 조언도 나온다. 올해 제약 및 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R&D) 비용이 사상 최대인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바이오주의 중장기적 성장세를 점치는 요인이다. 손희권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독자적인 파이프라인(신약후보 물질)을 가진 회사는 성공 가능성이 큰 만큼 투자 가치가 있다”며 “바이오·제약회사는 전 세계 기업들과 경쟁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와 특허 정보 등을 꾸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주식#한미약품#바이오주#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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