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금리 올린다고?”… MMF-채권-달러로 우르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투자자들 안전자산 선호현상 심화
금융 불확실성 커지자 위험회피… MMF 설정액 120조원대 돌파
채권형펀드 1주일새 3300억 유입… 국내 주식형은 3500억 빠져나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을 보이자 안전자산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코스피가 연중 최고점을 돌파하는 상황에서도 단기 투자처인 머니마켓펀드(MMF)에 뭉칫돈이 몰리고 전통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채권, 달러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MMF 설정액은 26일 현재 126조5122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 100조 원을 밑돌던 MMF 설정액은 7월 초 120조 원대로 증가했으며, 이달 18일에는 사상 최고인 131조9050억 원으로 불어났다.

MMF는 단기 자금 투자처이자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투자자들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용도로 쓰는 대표적인 금융상품이다. 투자자들이 여기에 돈을 많이 넣고 있다는 건 그만큼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을 꺼린다는 뜻이다. 이달 19일 코스피가 연중 최고 수준인 2,050 선까지 올라갔는데도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이달 초 주식시장 거래시간이 30분 연장됐고, 대표 종목인 삼성전자 주가가 최고 수준에 도달하는 등 호재가 많지만 주식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펀드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의 ‘안전 제일’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9일 기준으로 최근 1주일간 국내 채권형펀드는 3302억 원을 빨아들였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3557억 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연간으로도 채권형펀드에 6조6732억 원이 몰렸고,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7조1299억 원이 빠져나갔다.

특히 26일(현지 시간)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 의중을 드러낸 직후 투자자들의 채권형펀드 선호 현상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금리 인상 여부에 직접 영향을 받는 주식이나, 금리 인상으로 수익률 하락이 예상되는 채권 대신 작지만 안정적 수익을 주는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서지형 한국투자증권 마포지점장은 “중기, 단기 채권을 주로 편입해 마이너스(―) 수익이 나지 않도록 설계된 채권형 펀드에 대한 투자자 문의가 최근 이틀간 늘었다”고 전했다.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에 달러를 찾는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달러가 오를 것으로 보고 쌀 때 사두자는 매수세가 형성된 것이다. 이달 중순 1100원 선이 무너졌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120원 선을 넘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고용지표, 제조업지수 등이 양호한 것으로 확인되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강(强)달러가 가시화되면 달러표시 환매조건부채권(RP)과 같은 상품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분간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시기와 횟수에 따라 주식 및 채권시장이 받을 충격의 크기가 다른 데다 유럽과 일본 등이 추가 양적완화 또는 마이너스 금리 확대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 확대 또는 외국인투자가들의 대규모 매수 행렬 등의 호재가 없으면 주식시장으로 투자자를 유인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미국#금리#안전자산#금융#채권형펀드#mmf#머니마켓펀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