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 간이과세제’도 뜨거운 감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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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개혁, 지금 안하면 못한다]
“탈세 근절위해 폐지를” vs “기준금액 상향조정을”
제도 악용 새는 세금 年10조 추정… 정치권선 양쪽 주장 팽팽히 맞서

상품 등에 매기는 10%의 부가가치세는 흔히 ‘세금을 검증하는 세금’으로 불린다. 세무당국이 기업 및 개인사업자의 부가세 신고를 근거로 소득세나 법인세 등 다른 세금이 제대로 신고됐는지를 검증하기 때문이다. 즉, 부가세에 누수가 생기면 다른 세금 징수에까지 영향이 생겨 전체 세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일부 자영업자들의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이나 간이과세제도 악용으로 인해 새나가는 세금의 규모가 연간 10조 원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간이과세제도는 영세자영업자의 부가세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전년도 매출액이 4800만 원 미만(자진신고 기준)인 사업자는 간이과세자로 분류돼 낮은 부가세율을 적용받는다. 문제는 간혹 진짜 영세업자가 간이과세 대상으로 탈락하는 반면 소득을 고의로 줄인 탈루업자가 간이과세 혜택을 받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탈세 근절을 위해 간이과세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오히려 물가 상승에 맞춰 기준금액을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폐지를 주장하는 쪽에선 간이과세제도로 인해 무자료 거래가 판을 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는다. 정부 당국자는 “간이과세제도는 개인사업자들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과도기적 조치였다”며 “과세 거래를 정상화하고 세무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간이과세제도는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정치인은 “경기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으로 매출액이 자연증가해 간이과세자가 일반과세 사업자로 전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오히려 기준금액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영국, 독일 등 간이과세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한국의 기준금액이 낮다는 점을 강조한다. 스위스의 경우 간이과세가 적용되는 기준금액이 58억100만 원(2011년 기준)으로 한국의 120배 수준이다. 하지만 과세기준을 올리면 부가세 탈루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나치게 넓은 부가세 면세 적용 범위를 조정하는 것도 ‘뜨거운 감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교육과 의료 부문에 제한적으로 면세를 적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면세 범위는 분유, 기저귀, 산후조리원, 일반 고속버스, 생리대, 금융서비스 등으로 훨씬 광범위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조세제도를 단순화하고 과세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면세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부가세#간이과세제#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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