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의 代이은 제주사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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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녹차밭 일구고… 공익사업 100억 투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제주를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며 상생 사업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제주를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며 상생 사업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그룹 오너의 대(代)를 이은 각별한 제주 사랑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룹 창업주인 서성환 선대회장에서 시작된 제주에 대한 애정이 아들인 서경배 현 회장으로 고스란히 이어져 아모레퍼시픽그룹은 13일 제주도 발전을 위해 1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창업주인 서 선대회장은 1979년 녹차 사업의 출발지로 제주를 선택했다. 한국인 고유의 차 문화를 사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소신을 현실화한 것이다. 당시 임원들이 “녹차는 취미지, 사업이 될 수 없다”며 말렸지만 서 선대회장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한라산 남서쪽 도순 지역의 황무지를 녹차 밭으로 개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토양이 척박해 개간 작업은 쉽지 않았다. 서 선대회장마저 “제주 차밭 부지는 뭘 심어도 안 되는 불모지다. 2년 동안 돈을 뿌리다시피 해서 땅을 만든 뒤 차나무를 심었다”라고 나중에 회고했을 정도였다.

돌과 나무가 많아 툭하면 장비가 고장 났다. 그래도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사람 손으로 일일이 땅을 갈았다. 그렇게 20여 년을 공들인 결과 아모레퍼시픽은 제주에 330만5800m²(약 100만 평) 규모의 ‘오설록 유기농 차밭’을 일궈냈다.

서경배 회장도 아버지 못지않은 ‘제주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서 회장은 2000년 제주도를 콘셉트로 한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를 론칭했다. 이니스프리는 제주에서 난 녹차, 화산송이, 미역귀, 발효콩, 감귤꽃 등 청정 재료를 화장품 원료로 사용한다. 그 덕에 ‘이니스프리=제주’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서 회장은 2001년에 제주에 국내 최초의 차 전시관인 ‘오설록 티 뮤지엄’도 열었다. 이 전시관은 연간 160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방문하는 관광 명소가 돼 제주지역 관광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은 제주를 마음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오랜 인연으로 제주 창조경제 사업 추진에 참여한 만큼 앞으로도 제주와의 상생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자체 공익재단인 ‘이니스프리 모음재단’을 통해 2020년까지 매년 20억 원씩 제주에 투자해 공익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이는 그룹이 지난해 제주창조경제혁신 제2센터를 열면서 밝힌 1000억 원 투자계획에 따른 것이다. 제주지역 생태계 보전, 문화 콘텐츠 활성화, 글로벌 인재 육성 등의 사업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니스프리 모음재단은 5년간 크게 4가지 사업을 진행한다. 먼저 식물학, 지구과학, 생태학 분야 전문가와 협업해 제주 오름의 식생과 토질을 연구하고, 오름 산책로 정비 등 자연정화 활동을 병행한다. 과거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장소를 선정해 생태 숲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또 문화마을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아모레퍼시픽이 친환경 원료 구매를 위해 협약을 맺은 마을을 관광명소로 만드는 사업을 한다. 이 밖에 전문기관과 협업해 제주의 젊은 농업인에게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장학사업도 운영할 예정이다.

최근 이니스프리는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3일에는 최근 문을 연 중국 상하이 디즈니랜드에도 매장을 열었다. 쇼핑, 외식 관련 50여 개 브랜드가 모여 있는 ‘디즈니타운’에 들어선 화장품 브랜드는 이니스프리뿐이다. 이곳에는 가상현실(VR) 기술을 적용해 자전거를 타면서 제주의 풍경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제주 플라잉 바이크존’도 설치됐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아모레퍼시픽#이니스프리#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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