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평균 가동률 7년 만에 최저…한국 경제 장기 침체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1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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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7년 1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조선업의 구조조정 여파와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개점휴업’에 들어간 생산설비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올 들어 약하게나마 회복세를 보이던 한국 경제가 구조조정 여파 등으로 장기 침체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4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0%로 전달보다 2.7%포인트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69.9%) 이후 7년 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란 국내 사업장들이 만들 수 있는 최대 생산량에 비해 실제 생산이 얼마나 이뤄졌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경기가 좋으면 공장을 최대한 돌리기 때문에 가동률이 높아지지만 경기 침체기엔 가동을 멈추는 설비가 많아져 가동률이 떨어진다. 현재 경기가 안 좋아도 앞으로 나아진다고 예상하면 재고를 감수하면서 설비를 가동하지만 향후에도 상황이 개선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가동률은 더욱 떨어진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재고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제조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향후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조업 재고는 전월대비 2.3% 감소했다. 업체들로서는 공장을 돌려 제품을 새로 생산하기보다 창고에 쌓여 있는 재고를 정리하는 게 더 급하다는 뜻이다.

이처럼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4월 전체 산업생산은 지난달보다 0.8% 감소했다. 산업생산은 올 1월에 마이너스(―1.4%)를 나타낸 이후 2, 3월에 각각 증가세를 보였지만 3개월 만에 다시 하락세를 나타냈다.

광공업생산은 자동차, 전자부품 등의 생산 감소 영향으로 전달대비 1.3% 줄어 두 달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달보다 생산이 6.3%나 줄어든 자동차가 심상치 않다. 수출 부진이 계속되는데다 지난달에 주요 업체들이 신차를 내놓으면서 생산을 늘린데 따른 반작용으로도 해석된다.

제조업체들이 재고 정리에 급하다 보니 신규투자는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지표인 기계수주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2%나 줄었다. 기계수주에서 공공부문(49.3%)이 그나마 받쳐줬지만 민간(―31.9%)에서 크게 감소한 영향이 컸다.

일각에서는 6월에 예정된 미국 금리인상,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등 대외변수가 산적한 상황에다 하반기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경제 성장세가 더욱 둔화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세종=이상훈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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