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텃밭 농산물 나누다보니 이웃대화도 활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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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민 108만… 4년새 7배로… 옥상-노지 등 유휴지를 농장 활용
농식품부도 ‘텃밭학교’ 등 지원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이 ‘어린이 텃밭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텃밭을 가꾸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이 ‘어린이 텃밭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텃밭을 가꾸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서울 강남구 삼성로의 한 빌라에 살고 있는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77)은 7년 전 옥상에 텃밭을 꾸렸다. 빈 상자 110개를 화분으로 만든 뒤 고추, 깻잎 등 다양한 채소를 심었다. 충북 괴산군에서 가장 좋다는 퇴비를 공수해 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부 빌라 주민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왔다. 흙 때문에 바닥이 지저분해지고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집값이 떨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 전 장관은 화분을 42개로 대폭 줄였고, 채소를 수확한 후에는 이웃과 나눴다. 그러자 주민들의 반응이 바뀌기 시작했다.

김 전 장관은 ‘농업 수장’ 출신답게 농약을 쓰지 않고 상추와 근대, 고추 등의 유기농 채소를 쑥쑥 키워냈다. 8월 말에 수확한 채소를 이웃과 나누면 9월에는 김장 배추와 무를 심었다. 그때마다 엘리베이터 안에 ‘누구나 자유롭게 가져가세요. 도시농부 알림’이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요즘은 어떨까. 23일 김 전 장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몇몇 분은 직접 와서 같이 수확한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대중가요 ‘사랑을 위하여’를 부른 김종환 씨의 부인도 그런 분 중 한 명이에요. 강원도 홍천댁인데, 우리 어머니가 생각날 정도로 그렇게 호미질을 잘해요.”

김 전 장관처럼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이 늘고 있다. 2010년 15만 명이던 도시농민은 2014년 108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4년 도시민의 10%가 도시농업에 참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휴지를 이용해 지역민들이 공동으로 텃밭을 꾸리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2314m²(약 700평) 크기의 노지(露地)가 그런 경우다. 이 노지에서는 2012년부터 구민 100여 명이 농사를 짓고 있다. 원래 이 땅은 견인 차량의 주차장으로 쓸 계획이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반대하자 구청은 고심 끝에 지역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농장으로 용도를 바꿨다. 지금은 구청, 구민 모두 만족하고 있다. 구은경 마포도시농업네트워크 운영위원장(42·여)은 “이웃 간 대화가 사라진다고 하지만 여기에서 같이 일하다 보니 끊겼던 대화가 시작돼 좋다는 주민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도 도시농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도시농업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 부처 간 협업체계를 구축해 성과를 내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공동체 정원 사업에 도시텃밭을 접목하는 방안을 활용하고 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어린이 체험학습용 소규모 텃밭 3800곳을 마련했다. 국회도 텃밭 동아리를 구성하고 397m²(약 120평) 크기의 텃밭을 조성했다.

특히 농식품부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농식품부는 지자체 단체장이 교장 역할을 하는 ‘텃밭학교’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교육부, 복지부와 협의해 학교 텃밭이 확대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 3800곳이었던 학교 텃밭은 현재 4200곳으로 늘었다. 또 도시농업과 관련된 지역협의체 85곳을 활용해 지역 특성에 맞는 협력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도시농업은 직장인이나 노년층에게 일종의 치유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고려해 농식품부는 ‘도시농업치유사’ 등 전문자격증 제도를 만들어 취업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교육 및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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