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새 48%↑… ‘미친 집값’ 세계가 한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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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제은행, 주요 22개국 분석

세계를 덮친 저성장과 살인적 취업난에 ‘미친 집값’이 전 세계 ‘2030 청년들’의 시름을 키우고 있다. 소득이 치솟는 집값을 따라가지 못해 내 집 마련은커녕 결혼과 출산의 꿈도 포기하는 ‘삼포 세대’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기생독신(일본)’ ‘키퍼스(영국)’ ‘습노족(중국)’ 같은 신조어가 넘쳐나는 가운데 아예 집에서 살기를 포기하는 젊은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 10년간(2005∼2015년) 세계 주요 22개국 주택 가격이 평균 48.4% 올랐다고 4일 밝혔다. 가장 많이 오른 나라는 홍콩으로 2005년 3분기(7∼9월) 93.4(1999년=100 기준)였던 주택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305.0으로 226.6% 상승했다. 홍콩 중심부의 39.94m²(약 12평)짜리 아파트 값은 434만 홍콩달러(약 6억8000만 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스웨덴(91.8%), 노르웨이(82.6%), 영국(42.2%)의 집값도 가파르게 올랐다. 한국은 39.2% 상승했고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 집값이 폭락한 탓에 예외적으로 4.7% 내렸다.

반면 경기침체로 개인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해 지난해 세계 102개국 가운데 가처분소득 대비 집값 비율이 10배가 넘는 국가가 59곳에 이른다고 세계 비교 통계 사이트인 넘베오(numbeo)가 24일 밝혔다. 연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 이상 꼬박 모아야 집 한 채를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역시 1위를 기록한 홍콩은 가구 가처분소득 대비 집값 비율이 37.57로 내 집 마련에 37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34.09) 2위, 중국(24.98) 6위, 싱가포르(23.17) 9위, 일본(20.17) 13위로 아시아 국가들이 대체적으로 집값 부담이 컸다. 한국의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은 14.87로 32위였다.

집을 살 능력이 없는 젊은이들은 우선 부모의 집에 기거할 수밖에 없다. 1980∼1995년에 태어난 영국의 Y세대는 부모의 연금에 기대 산다는 뜻으로 스스로를 키퍼스(KIPPERS·Kids In Parents Pockets Eroding Retirement Savings)라 부른다. 키퍼스의 절반 이상은 평생 집을 사기 힘들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부메랑 키즈’는 직장 없이 떠돌다 집으로 돌아오는 캐나다 청년들을 뜻하는 말이다. 중국의 ‘습노족’은 부모의 피를 빨아먹는다는 뜻이고 일본의 ‘기생독신’은 부모에게 기생한다는 신조어다.

독일 여대생 레오니 뮐러 씨는 지난 10개월간 비싼 월세를 내는 대신 아예 기차에서 생활해 화제를 모았다. 기차에서 씻고 자고 역에서 피자를 시켜 먹으며 필요할 때마다 베를린, 쾰른 등지의 지인 집에 들른다. 영국에서는 1월 보트에서 생활하는 한 초선 의원의 사연이 화제를 모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월세를 감당하기 힘들어 개조한 트럭에서 사는 구글 사원의 사연이 보도되기도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집값#국제결제은행#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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