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새 환율전쟁 조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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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인상 앞두고 나날이 떨어지는 위안화 가치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면서 ‘중국발 환율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5일 중국 런민(人民)은행은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6.4559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 가치는 7거래일 연속 절하됐고 2011년 7월 이후 4년 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런민은행은 “위안화 환율을 달러가 아닌 다른 여러 나라 화폐까지 포함한 통화바스켓에 연동시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향후 위안화 환율 결정 시스템을 바꿀 것임을 시사했다.

그동안 미 달러화에 위안화 환율을 고정시킨 페그제를 운영하던 중국이 유로화, 엔화 등 13개국 통화로 구성된 통화바스켓을 기준으로 삼겠다고 나선 것은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위안화 강세를 막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여러 통화로 구성된 바스켓을 기준으로 삼으면 달러가 강세가 되더라도 유로화, 엔화 등이 약세로 돌아설 경우 위안화 강세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공격적인 양적완화를 펼치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에 이어 중국까지 본격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분위기여서 전 세계는 중국발 환율전쟁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 시간) “위안화 가치가 4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데다 추가 하락이 예고돼 있어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화폐가치를 떨어뜨려 경기를 부양하려는 환율전쟁이 촉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CB는 이달 3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예금금리를 ―0.2%에서 ―0.3%로 더 떨어뜨렸고 채권 매입 프로그램도 6개월 더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일본도 지난달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현재 양적완화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일본은 3년째 양적완화를 지속하면서 엔저 효과를 톡톡히 누렸고 유럽도 꾸준히 양적완화를 하면서 경기 회복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위안화 가치가 내년 말까지 계속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IB가 예상한 하락률은 평균 4%로 집계됐다. 바클레이즈와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는 1년 후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최대 6.9위안까지, 모건스탠리와 UBS, 노무라는 6.8위안까지 각각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 위안화 약세 흐름이 지속되거나 약세 폭이 확대될 여지가 높다”며 “환율 시스템 변경이 또 다른 환율전쟁의 촉매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중국이 환율전쟁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에는 주변 신흥국들의 통화가치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한국 일본 대만 등 중국과 수출 경쟁을 벌이는 아시아 각국의 통화 약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위안화가 원화에 비해 약세 흐름을 보인다면 한국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화완화 정책을 강력히 시행하고 있는 유로존, 일본, 중국 등 주요 통화에 대해 한국의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원화가 주요 통화 대비 평가 절상(가치 상승)된다면 수출은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인해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미국#금리#중국#위안화#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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