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동개혁으로 정규직 128만개 늘린 이탈리아를 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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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자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의 고용시장이 급속히 개선되고 있다. 유럽에서 경제 열등생으로 취급받는 이른바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인 이탈리아에서 올 상반기 새로 정규직을 얻은 사람은 95만2000명이다. 또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도 33만1000명에 이르렀다. 정규직 고용이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33.6%에서 40.8%로 늘어났다. ‘이탈리아 개혁의 기수’로 불리는 40대 마테오 렌치 총리가 지난 1년 동안 추진해 온 노동개혁의 결실이다.

얼마 전까지 이탈리아에서는 기업주가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렌치 총리가 추진한 ‘일자리 법안’이 3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경영상의 이유로 근로자 해고가 가능해졌다. 그러자 기업들은 정규직을 채용하고, 고급 스포츠카 업체 람보르기니는 볼로냐 지역에 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 역시 저성장과 ‘철밥통 정규직’ 등으로 인해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이다. 노동시장 개혁을 논의하기 위한 기구임에도 개점휴업 상태인 노사정위원회에 최근 김대환 위원장이 복귀해 재시동을 걸고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복귀 직후 “저성과자 해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 핵심 쟁점 2제를 정부가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사정위를 떠나 있는 한국노총은 두 가지 의제를 제외하지 않으면 노사정에 돌아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한국노총에 복귀 명분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는 해도 시작 전부터 협상의 한계를 정해 버리면 생산적인 노동개혁을 기대할 수 없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시장 변화나 기업 사정, 근로자의 성과에 따른 고용 유연성이 매우 낮다. 기업들은 한번 뽑아 놓으면 평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신규 정규직 채용을 꺼리고 비정규직만 늘려왔다. 내년에 정년이 60세로 늘어나면 고용 위축은 더 심해질 것이다. 노동계는 노동개혁에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젊은 세대와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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