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兆시장 꿈틀… 말, 高부가 산업으로 달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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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새 소득원 주목

국내 말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말 사육 마릿수와 말 산업 규모가 늘고 있다. 경주마를 기르는 목장 내 마장(馬場)에서 농장 직원이 말을 보살피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
국내 말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말 사육 마릿수와 말 산업 규모가 늘고 있다. 경주마를 기르는 목장 내 마장(馬場)에서 농장 직원이 말을 보살피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
10일 제주 한림읍 금악리 ‘녹원목장’. 너른 초원 위에선 말들이 목초를 먹고 있었다. 개인 마주(馬主)나 마사회 등에 판매할 목적으로 사육하는 경주마들이었다. 녹원목장이 3년 가까이 키운 말을 판매할 때 받는 돈은 한 마리당 평균 5000만 원에 이른다. 이런 점이 바로 말 관련 산업이 고(高)부가가치 업종으로 꼽히는 이유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여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에서도 말 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요즘엔 귀족 스포츠의 대명사였던 승마를 일반인들도 즐기기 시작했다. 말기름을 이용한 화장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등 관련 산업도 커지는 추세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의 말 산업 규모는 2013년 기준 3조2094억 원에 이른다. 또 예전에는 말 산업이라고 하면 경마가 거의 전부였지만, 최근에는 말 사육과 승마장 운영, 말고기 판매, 말 부산물을 이용한 가공품 제조 등으로 범위가 확산되고 있다.

녹원목장은 말 사육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돈을 번다. 목장의 씨수말을 다른 곳의 암말과 교배시키는 대가를 받거나 목장의 말을 경주마로 내보내 상금을 타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올리는 연간 매출액이 15억 원에 이른다. 지성배 녹원목장 상무는 “해외에서는 혈통이 좋은 말 한 마리가 교배로 연간 500억 원을 벌어 중견기업 못지않은 매출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국내의 말 사육 마릿수는 2013년보다 5.5% 늘어난 2만5819마리에 달했다. 이런 증가세는 특히 승마의 활성화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화성시 매송면 천천리에 있는 ‘홀스메이트’ 승마장은 이달 말 인근의 원평리로 확장 이전한다. 방문객이 3년 전보다 20∼30% 많은 매월 600여 명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경기 용인시와 수원시 동탄신도시 등에서 오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김기천 홀스메이트 대표는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는 골프가 확산되고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가까워지면 승마의 인기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의 승마시설 수(395곳)는 전년보다 19.3% 늘었으며, 승마 인구는 4만 명을 돌파해 4만596명으로 집계됐다.

말 부산물을 활용한 가공 제품도 인기를 얻고 있다. 제주 바오젠거리의 화장품 가게에서는 마유(馬油)크림을 10∼20개씩 사가는 중국인 관광객이 적잖이 눈에 띈다. 말기름으로 만든 이 크림은 건성 피부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화장품 제조업체인 토니모리가 제주산 마유를 20% 함유한 마유크림을 만들고 있는 것을 비롯해 국내에서 마유크림을 출시한 업체 수만 100곳에 육박한다. 안용덕 농식품부 축산정책과장은 “말 산업은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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