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드사 ‘앱 vs 유심’ 밥그릇 싸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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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핀테크 한국진출 서두르는데 국내카드사는…
IC카드단말기에 NFC 추가여부 대립

애플페이, 알리페이, 페이팔 등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의 한국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모바일 결제를 준비하고 있는 국내 카드사들은 안방에서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7월 서비스 개시를 앞둔 삼성페이 참여 카드사들은 ‘앱 카드’ 진영과 ‘모바일 카드’ 진영으로 나뉘어 상대편 진영이 삼성페이 서비스에 끼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서로 비방전을 벌이고 있다.

국내 모바일 결제 서비스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신한, 삼성, 현대카드 등이 내세우는 앱 카드 방식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카드 정보를 내려받고, 결제할 때마다 앱을 실행한다. 본인 인증을 위해 미리 설정한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바코드나 QR코드가 뜨고, 이를 가맹점에 설치된 리더기로 찍으면 결제가 이뤄진다.

BC, 하나, 우리카드 등이 서비스하는 모바일 카드는 스마트폰의 유심(USIM·범용가입자식별모듈)카드에 카드 정보를 담아 스마트폰을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에 갖다 대면 결제가 되는 방식이다.

앱카드협의체 6개사와 모바일카드 쪽 3사가 모두 삼성페이 참여를 결정한 상황에서 양쪽 진영은 보안기술과 관련해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앱 카드의 경우 카드 정보를 전송하는 보안기술로 결제 때마다 매번 다른 가상카드 번호를 부여하는 OTC(One Time Card) 방식을 이용하는 반면 BC, 하나카드 등은 결제 채널별로 다른 가상 카드번호를 부여하는 토큰(token)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앱 카드 진영은 삼성페이에 토큰 방식을 쓰는 모바일 카드 진영이 참여하면 안전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BC카드 등을 삼성페이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앱 카드 진영은 또 토큰 방식이 자신들의 OTC 기술을 침해해 특허 문제가 있다며 소송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이에 대해 BC카드 등 모바일 카드 진영은 “토큰방식의 기술 안전성은 이미 입증됐다”며 “앱 카드 진영이 다른 카드사들을 배제하기 위해 괜한 트집을 잡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카드사들의 밥그릇 싸움은 집적회로(IC)카드 단말기 전환 사업을 두고도 갈등을 빚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보안이 취약한 기존 마그네틱 방식을 보완하기 위해 IC카드 단말기 보급을 확대할 것을 카드업계에 요구했다. 카드사들은 1000억 원의 기금을 출연해 7월부터 영세가맹점 65만 곳에 IC카드 단말기를 보급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 단말기에 NFC 기능을 추가할지를 놓고도 두 진영이 갈등을 빚고 있다. 모바일카드 진영은 “중국과 유럽, 미국에서는 이미 애플페이 등의 NFC 결제 방식이 활성화돼 있는 만큼 글로벌 기준에 맞춰 NFC 기능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앱카드 진영은 단말기 제조가격이 늘어나고 일부 카드사에만 유리한 인프라를 확충해줄 수는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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