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명품매장에 박하향 대신 바닐라향 뿌리면 매출 쑥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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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점의 고소한 빵 굽는 냄새, 그리고 카페의 향긋한 커피 냄새는 소비자의 기분을 풀어주고 지갑을 열게 만든다. 이렇게 매장에 들어오는 고객의 후각을 자극하는 마케팅 기법은 음식이나 향수처럼 원래 향기가 있는 제품에만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패션, 잡화 등 소매상품을 파는 많은 기업이 판매 매장의 내부 향기에도 신경을 쓰는 추세다.

그렇다면 향기의 종류에 따라 판매에도 다른 영향을 줄까? 최근 미국 뉴욕시립대의 경영학자들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사람들은 향기를 온도에 비유하는 경향이 있다. 즉 페퍼민트향은 차갑게, 계피향과 바닐라향은 따뜻하게 느낀다. 실험해 보니 따뜻한 향이 나는 매장은 향이 없는 매장이나 차가운 향이 나는 매장보다 소비자의 구매 금액이 높았다.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진은 따뜻한 향과 차가운 향을 각각 넣은 방에 실험 참가자들을 집어넣은 후 같은 자동차에 대해 만든 두 가지의 인쇄 광고를 보여줬다. 하나는 자동차 성능에 초점을 맞춘 광고였고 다른 하나는 브랜드의 명성을 강조한 광고였다. 그랬더니 차가운 향이 나는 방에서는 성능 중심의 광고, 즉 객관적인 광고에 대한 반응이 높았지만 따뜻한 향이 나는 방에서는 명성 중심의 광고에 대한 반응이 높았다.

왜 그럴까? 연구진은 이를 인간의 사회적 욕구에 따른 결과로 해석했다. 따뜻한 향기는 포근한 느낌도 주지만 한편으로는 주변이 실제보다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는 느낌도 준다. 이는 군중 속에서의 무력감으로 이어진다.

이런 부정적 느낌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생기면 명성 높은 브랜드에 끌리게 되거나 계획보다 더 많은 돈을 쓰게 된다. 과시적 소비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힘을 보여주려는 경향이 생긴다.

오감을 자극하는 감각적 마케팅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단순히 좋은 향기, 좋은 느낌을 매장에 심는 데 그치지 말고, 어떤 감각이 소비자를 어떤 심리 상태로 유도하는지 분석해서 고객에 대한 통찰력을 키워야 한다.

홍진환 수원대 경영학과 교수 jinhong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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