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고객 정보 장사’ 홈플러스, 재발방지 약속 진정성 없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2월 4일 06시 40분


홈플러스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팔아넘긴 범죄로 국민의 비난 목소리가 높지만 인터넷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여전히 개인정보를 기재해야 하는 회원가입 팝업이 떠있다. 사진출처|홈플러스 홈페이지 캡처
홈플러스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팔아넘긴 범죄로 국민의 비난 목소리가 높지만 인터넷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여전히 개인정보를 기재해야 하는 회원가입 팝업이 떠있다. 사진출처|홈플러스 홈페이지 캡처
■ 대형마트의 빗나간 상술

작년 갑질 논란·경품당첨 조작 이어
회사 차원의 조직적 ‘고객정보 유출’
홈피에도 사과문 대신 회원가입 팝업
소비자, 불매운동·집단소송 움직임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착한 기업.’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의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회사 소개 문구다. 하지만 최근 1년간 홈플러스가 보여준 일련의 행태는 캐치프레이즈와는 정반대다. 오히려 세상을 ‘삭막하게’ 만드는 ‘악한 기업’이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봄 품질관리 직원을 납품업체에 파견해 상주시키면서 월급 절반을 부담하도록 요구해 ‘갑질 논란’을 빚었다. 지난해 7월엔 경품행사 당첨자를 조작해 1등 상품인 4500만원 상당의 수입 자동차를 가로챈 직원 2명이 적발됐다. 10차례 진행된 경품행사에서 다이아몬드 반지와 자동차 등 고가의 경품을 당첨자에게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의혹도 받았다. 홈플러스 온라인몰에서 ‘짝퉁 나이키’를 팔고 환불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런 사건들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대국민 사기극’이 드러났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이 1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경품행사 등을 통해 입수한 고객의 개인정보 2400만 건을 당사자 동의 없이 보험사에 팔아넘겨 231억7000만원의 불법수익을 올렸다. 이번 사건이 금융사나 인터넷 기업에서 벌어졌던 해킹 등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과 차원이 다른 점은 홈플러스가 보험서비스팀을 통해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저질러졌다는 것이다. 이 팀의 매출 80∼90%는 이 같은 개인정보 장사로 채워졌다. 이번 사건으로 전·현 임직원 6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소비자를 호갱(호구 고객이라는 뜻의 은어)을 넘어 돈벌이 범죄에 이용한 대형마트의 빗나간 마케팅에 분노한 소비자들은 홈플러스 불매운동과 집단소송을 진행할 움직임이다. 다음 아고라에서 한 누리꾼은 “이번에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면 고객의 정보는 언제든지 기업의 불법행위에 악용될 것이다”며 일벌백계를 촉구했다. 경실련, 녹색소비자연대 등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도 릴레이 규탄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합수단 발표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제휴사업의 적법성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직원 윤리 교육과 개인정보 보안을 위한 내부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발표 이틀이 지난 3일 현재까지도 홈플러스 홈페이지에는 사과문 대신 “지금 신규가입하시면! 15% 할인쿠폰 증정”이라는 팝업이 먼저 뜬다.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가능한 회원가입 안내다. 홈플러스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홈플러스는 모기업인 영국 ‘테스코’의 자금난으로 몇 년 전부터 매각설이 돌고 있다. 그런 와중에 한국소비자를 등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제 홈플러스는 환골탈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시장에서 매각 대신 퇴출된다는 점을 알아야한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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