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제일모직 흡수합병… 年매출 10조 거대 계열사 탄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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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 경영’ 뒷받침할 그룹 리모델링 급물살

삼성SDI가 31일 제일모직을 흡수 합병해 연매출 10조 원 규모의 거대 계열사로 거듭난다. 합병회사는 삼성그룹의 소재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삼성그룹은 이번 합병을 시작으로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계열사 정리 및 사업 구조조정을 가속화한다.

○ 2020년까지 연매출 29조 원 목표

삼성SDI와 제일모직은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양사 합병을 결의하고 글로벌 소재·에너지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SDI는 “2020년까지 연매출 29조 원이 넘는 초일류 소재·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지난해 5조165억 원, 제일모직은 4조4111억 원의 매출을 각각 올렸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1 대 0.4425의 비율로 합병하며 삼성SDI가 신주를 발행해 제일모직의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이다. 5월 30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7월 1일 합병이 마무리된다.

사명은 삼성SDI로 유지한다. 합병 후에도 사업 운영은 각사 대표가 책임지지만 합병 법인의 대표이사는 박상진 삼성SDI 사장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합병을 통해 겹치는 사업부문을 합쳐 중복 투자는 줄이고, 연계사업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합병은 삼성전자의 소재부문 수직계열화를 완성시켰다는 의미가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기존 소재(제일모직)―부품(삼성SDI)―완제품(삼성전자)으로 이어지던 사업 구도가 삼성SDI―삼성전자로 단축됐다”며 “앞으로 사업 과정에서 의사결정 과정도 단축되고 불필요한 낭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은 각사의 신성장동력 육성에도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

삼성SDI는 배터리 사업의 원천 경쟁력인 소재 경쟁력 강화가 절실했던 상황. 제일모직이 확보한 배터리 분리막 및 다양한 소재 요소기술을 활용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지난해 패션부문을 삼성에버랜드로 이관하고 소재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한 제일모직 역시 삼성SDI의 고객 네트워크와 마케팅 역량을 활용해 시장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제일모직은 기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에 이어 에너지·자동차 소재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왔다.

○ 삼성그룹 사업 구조조정 신호탄

삼성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효율성과 장래성이 불투명한 사업부문은 축소하거나 외부에 매각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분야에는 과감한 투자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올해 들어 삼성그룹이 전사적으로 강조해 온 이건희 회장의 ‘마하경영’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제트기가 음속을 넘어서려면 설계부터 부품까지 모든 것을 바꿔야 하듯 삼성도 생존을 위해 뼈를 깎는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삼성그룹은 지난해부터 제일모직의 직물·패션 사업을 삼성에버랜드로 넘기고 삼성SNS를 삼성SDS와 합병시키는 등 사업 재편 작업을 벌여왔다. 삼성에버랜드는 건물관리업을 삼성에스원에 양도했고 급식업은 삼성웰스토리로 분리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코닝정밀소재 보유 지분 전량을 미국 코닝에 매각했고 삼성테크윈 역시 최근 반도체 부품사업 분리 등 사업 재편을 검토 중이다.

한편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이 그룹의 모태기업인 점을 감안해 제일모직 사명은 유지할 계획이다. 삼성에버랜드의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바꾸는 방안이 유력하다.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으로 상호를 변경하면 에버랜드는 회사명이 아닌 테마파크 브랜드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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