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순유출’로 일자리 180만개 날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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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해외투자↑ 외국인 국내투자↓
한국에 생길 일자리 해외에 뺏긴 셈

국내 기업들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격감하는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최근 8년간 우리나라의 직접투자 순(純)유출액이 12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집계하는 각종 투자 관련 지표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며 한국 경제가 ‘투자의 사막화’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투자의 부진은 생산과 고용, 소비에 연쇄적인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장기적으로는 잠재성장률을 훼손하는 등 경제 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 또 최근 8년간 이런 투자 유출로 사라진 일자리만 180만 개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14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올해 8월까지 직접투자 순유출액은 모두 1232억 달러였다. 이 기간에 외국 기업이 국내에 투자한 액수보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 투자한 액수가 그만큼 더 많다는 뜻이다. 한국의 ‘투자 수지(收支)’는 무역 자유화로 경제 개방의 폭을 넓혔던 외환위기 직후에는 흑자를 보였지만 2005년부터는 거의 매년 100억 달러 이상의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이 가속화된 반면 론스타 사건 등으로 ‘반(反)외자 정서’가 확산되며 외국인직접투자(FDI)는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투자 유출이 심화되면서 국내 경제에서 창출됐어야 할 일자리도 대거 사라지는 추세다. 신규 투자액 10억 원당 일자리가 12∼15개 생긴다는 점(산업연관표에 따른 연도별 취업유발계수 적용)을 감안하면 2005년 이후 지속된 투자 손실로 지금까지 약 179만 개의 관련 일자리가 증발한 것으로 추정됐다.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활발해진 것과는 달리 국내 투자는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2분기(4∼6월)부터 올해 2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기업 투자가 이같이 오랫동안 뒷걸음질을 친 것은 외환위기 전후인 1997년 3분기부터 1998년 4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보인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안충영 중앙대 석좌교수는 “각종 규제 법안과 강성 노조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어렵게 하는 주된 요인”이라며 “정부도 경제민주화를 마무리하고 투자 활성화에 매진한다고 밝힌 만큼 기업들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도록 ‘신바람’을 일으켜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유재동·송충현 기자 jarrett@donga.com
#투자 순유출#기업#외국인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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