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발전비용 원전의 5배… 현실성 의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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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확대정책 전면 수정]

정부가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원자력발전소 확대 정책에 급제동을 건 것은 원전을 둘러싸고 ‘에너지 딜레마’에 빠진 한국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원전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 등 대체 에너지원 개발은 당초 목표를 밑돌자 결국 원전 비중을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절충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대안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원전 확대 정책을 전면 수정하면서 원전 비중 축소에 따르는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국민들에게 넘겼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 원자력 안전 불신 확대에 원전 확대 급제동

과거 정부가 원전 확대 정책을 고수해 온 것은 원전만큼 경제적이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낮은 발전수단이 없다는 점에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자력 발전의 온실가스 배출은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으면서도 전기 생산단가는 kWh당 39.20원으로 석유류 225.90원, 액화천연가스(LNG) 187.00원보다 훨씬 적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이 부각되면서 ‘원전 르네상스’가 올 것으로 봤다. 원전 수출에 대한 지원을 크게 강화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가 원전 정책을 급선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태 후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원전 확대에 따른 반발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 후 독일과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가동 중인 원전까지 폐쇄하는 등 원전 포기 정책이 잇따랐다.

특히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는 원전 품질서류 위조 사태로 원전 안전성에 대한 신뢰에 큰 타격을 입은 것도 원전 확대 정책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 배경이다.

이에 따라 이번 권고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원전 비중을 놓고 진통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위해 구성된 민관 워킹그룹에서는 일부 시민단체 대표들 중심으로 현재 진행 중인 원전 건설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고 가동 중인 노후 원전을 폐쇄해 지난해 26.4%였던 원전 비중을 7%까지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맞서 에너지 공기업들은 경제성과 온실가스 문제 등을 고려해서 원전 비중을 35%까지 꾸준히 확대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원전 비중을 22∼29%로 정한 것은 ‘탈핵(脫核)’을 지지하는 시민단체들과 안정적인 전력수급계획을 중시하는 정부 및 에너지 공기업들의 대립 속에 현재 상태를 유지하자는 절충안이었던 셈이다.

○ 원전 비중 축소 현실성 논란도 거세

원전 비중 목표치가 축소됨에 따라 원자력 발전을 대체할 발전 수단으로는 LNG를 활용한 화력발전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발전 비중이 여전히 1%대에 머물고 있는 만큼 화력발전을 제외하고는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석탄이나 석유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 온실가스 발생을 20% 감축하겠다는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에너지인 LNG 발전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LNG를 활용한 전기 생산비용이 원자력 발전의 5배 가까이 될 만큼 비싸 LNG 발전 비중을 높이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된다는 점이다. 현재 전기요금은 생산단가의 93% 정도로 이를 원가 수준으로 높이려 해도 전기요금을 지금보다 7% 인상해야 하는데 LNG 발전 비중을 높이면 앞으로 전기요금이 이보다 더 높아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권고안에서는 비과세인 유연탄에 세금을 부과하는 대신 LNG에 부과되는 세금을 낮추고 전력수요를 줄이면 전기요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제시했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유연탄을 활용한 발전 비중이 29.8%로 LNG 발전 비중(25.6%)보다 큰 만큼 유연탄 과세에 따라 커지는 전기요금 부담이 LNG 세금 완화에 따른 효과보다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이번 2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을 만들면서 활용한 에너지 수요 전망에서 전력사용량은 2020년 5250만 TOE(석유환산톤)로 1차 에너지기본계획이 나왔던 2008년 당시 전망보다 19.6%가량 증가하는 등 전력사용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전력수요 감축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결국 2018년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내놓게 되는 차기 정부에서는 다시 원전 비중을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균렬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과)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1%로 확대하는 것은 현재 상태로는 불가능한 목표인 데다 화력발전도 신규 용지 선정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원전과 마찬가지”라며 “결국 차기 정부에서 에너지 정책을 다시 고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국가에너지기본계획#원자력발전소#L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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