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자니… 동결하자니… ‘금리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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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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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결정 앞두고 고민… 정부, 성장률 전망 낮춰 금리인하 압박
인하땐 경기진단 ‘오판’ 자인하는 셈

최근 새 정부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단번에 크게 낮추면서 4월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경기가 완만히 개선되고 있다는 기존 경기진단에 맞춰 성장률을 높게 유지할 경우 정부와의 관계가 불편해지는 걸 피할 수 없고, 정부에 호응해 대폭 낮추자니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해온 한은의 판단이 틀렸다고 자인하는 셈이 될 수 있어서다.

한은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 수정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올 1월 한은은 올해 성장률이 2.8%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28일 정부가 하향조정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2.3%보다 0.5%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통상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 전망치보다 낮았다. 정부 전망치에는 객관적 경제변수가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각종 경제정책을 썼을 때 가능한 ‘성장률 목표’라는 의미가 담기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한은 역시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는 게 불가피하다.

문제는 하향 조정 폭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연 3%에서 2.75%로 낮춘 뒤 5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해 왔다. “성장률 하락 위험은 여전하지만 올해 성장세가 지난해보다 나아지고 있다”는 다소 낙관적인 분석에 따른 결정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달 15일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서서히 회복 중이라 상저하고(上底下高)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불과 보름 뒤인 지난달 29일 조원동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세입 결손을 그대로 방치하면 올해 하반기엔 ‘한국판 재정절벽(Fiscal Cliff)’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한은과 재정부의 경기인식에 큰 차이가 생긴 것.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4월 금통위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추며 기준금리를 인하하려면 한 달 만에 경기진단을 확 바꿔야 하고 결국 기존 진단에 ‘오판’이 있었음을 자인하는 셈이 된다.

한은 안팎에서는 정부가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경기부양책’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해 경기침체를 과장하고 있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보통 정부 전망치는 민간 전망치보다 높지만 이번 정부의 전망치는 국내외의 모든 민간기관 전망치보다 낮은 것”이라며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도 엇갈린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은이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가계부채가 더욱 늘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시중은행장도 “지금은 시중에 돈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쌓인 돈이 실물경제로 흘러가지 않는 게 문제”라며 “기준금리를 낮춰도 저금리 부작용만 키우고 경기부양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경기부양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 전망치처럼 2.8%의 성장률을 기록하려면 올 하반기에 최소 3% 중반의 성장을 해야 하는데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재정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도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한은#경기진단#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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