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거북이, 강남 토끼… 투자스타일도 사는 곳 따라 다르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 강남북 증권사 지점 20곳 재테크 자산비중 비교

서울 증권사 고객 투자스타일 비교
‘강남 투자자는 토끼 스타일, 강북 투자자는 거북이 스타일.’

재테크에 가장 예민한 사람들인 자산가들이 강남, 강북에 따라 서로 상반된 투자 스타일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본보가 신한금융투자의 서울 강남 지점 10개, 강북 지점 10개를 대상으로 자산 비중 등을 분석한 결과다.

강남 투자자들은 신상품에 발 빨랐고, 강북 투자자들은 손해 보지 않을까 계산기를 더 두드려봤다. 이 때문에 주식에 투자하는 비중이 한때 강남이 더 높았다면 요즘은 강북이 더 높은 현상이 나타났다. 주식시장에서 큰 수익이 나지 않는데도 강북 투자자들은 투자를 유지했지만 강남 투자자들은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새 상품으로 갈아탔기 때문이다.

○ 보수적이기 때문에… 강북, 주식사랑

신한금융투자 지점 20개의 자산 비중을 분석한 결과 강남 지점의 주식 투자 비중은 68.4%로 강북(75.4%)에 비해 7%포인트 적었다. 강남의 2개 지점은 특히 주식 투자 비중이 50%대에 머물며 ‘탈(脫)주식’ 현상이 뚜렷했다. 반면 강북의 일부 지점은 주식 투자 비중이 90%를 넘을 만큼 주식 의존도가 높았다.

조혜진 삼성증권 서울파이낸스SNI 차장은 “강북 자산가는 헤지펀드 등 새로운 상품을 소개해주면 ‘손해 볼 확률은 얼마나 되느냐’고 바로 반문할 만큼 보수적”이라며 “그 대신 시장의 입소문 등에 휘둘리지 않고 우량주 투자 등 자신의 투자법을 고집해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두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강북 투자자들은 한번 투자하면 쉽게 빠져나오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우량주에 장기로 투자한다는 것. 위험을 많이 지는 주식 투자에서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프라이빗뱅커(PB)들은 정기예금과 국채 등을 선호하는 보수적 성향도 뚜렷하다고 전했다.

○ ‘얼리어답터’ 강남, 포트폴리오 다양

“새로운 상품이 나오면 고객들이 무조건 저한테 전화를 걸어 물어봐요. 강북 고객이 자신만의 투자법을 고수한다면 강남 고객들은 저와 같은 PB를 100% 활용해 투자 전략을 짜죠.” 한 증권사 테헤란로지점 PB의 말이다.

최근 주식시장이 지지부진하자 강남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금융투자 상품으로 옮겨간 것으로 파악됐다. 강남의 채권 투자 비중(4.8%)이 강북(1.4%)의 3배를 넘었다. 브라질국채 등 절세 상품으로 초과 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수요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단기자금 형성용으로 인기몰이 중인 RP와 ELS 비중도 각각 1.5%포인트, 2.7%포인트 높았다.

노미애 신한PWM강남센터장은 “지난해 12월부터 강남 지점의 주식 자산 비중이 줄어드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다른 금융상품의 비중이 높아졌다”며 “젊은 고객이 많아 중국 딤섬본드나 상장지수펀드(ETF)랩 같은 생소한 상품에도 높은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강화된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쪽도 강남 투자자였다.

임병용 프리미어블로 강남센터 PB팀장은 “강남은 금융자산이 10억 원 이하이면 보험, 브라질채권, 유전펀드 등 세제혜택 상품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고 15억 원 이상이면 세금 손실분을 만회하기 위해 ELS, 파생결합증권(DLS) 등 중(中)위험 중수익 상품에 투자한다”며 “강북 투자자가 절세를 위해 보험 정도만 가입하는 것과 대조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회사도 예민한 강남 투자자를 위해 속속 ‘신상’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투자자 보유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최근 강남 시장에서 가장 떠오르는 상품이다. 주식시장 침체로 보유주식의 가치가 떨어진 투자자에게 사모 형태의 ELS를 판매해 ELS 수익으로 주가 손실분을 만회하도록 하는 구조다.

김은아 대신증권 강남선릉센터 부장은 “3억 원, 5억 원 규모의 사모 ELS를 만들어 투자자에게 소개하면 대부분 하루 만에 모두 마감된다”며 “자신이 갖고 있는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해 ELS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적극적인 투자자도 많다”고 밝혔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강남#강북#투자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