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무협 ‘열혈강호’ 캐릭터 힘으로 무한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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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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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부 팔린 연재만화 → 라디오 드라마 → 1억 회원 온라인게임 → 영화로 제작

19년째 함께 만화 ‘열혈강호’를 집필하고 있는 전극진(왼쪽), 양재현 작가. 이들은 “만화, 게임, 영화 등 다양한 플랫폼에 활용할 캐릭터를 만들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9년째 함께 만화 ‘열혈강호’를 집필하고 있는 전극진(왼쪽), 양재현 작가. 이들은 “만화, 게임, 영화 등 다양한 플랫폼에 활용할 캐릭터를 만들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19년 동안 온·오프라인 잡지에 연재되며 사랑받는 만화가 있다. 이를 엮은 단행본도 59권이 출간돼 500만 부 넘게 팔렸다. 국내 만화로는 최고 기록이다. 9개국에 수출도 했다. 만화는 라디오 드라마로 각색됐고, PC게임과 온라인게임으로도 제작됐다. 온라인게임 회원이 세계적으로 1억 명이 넘는다. 올해에는 영화로도 제작된다. 바로 ‘열혈강호’ 이야기다. 열혈강호 스토리를 쓴 전극진 작가(45)와 양재현 작가(43)는 “만화 구상 단계부터 다양한 플랫폼에 캐릭터를 활용할 수 있는 ‘원 소스 멀티 유스’를 염두에 둔 덕분”이라고 성공의 비결을 설명했다. 》

두 작가는 1989년 애니메이션 제작 동아리에서 처음 만났다. 둘은 만화를 전문적으로 배우진 않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관습에 구애받지 않은 새로운 기법들을 찾아냈다.

1994년 4월. 한 잡지사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다음 달 창간하는 만화잡지 ‘영챔프’에 작품을 그려 달라는 것이었다. 얼마 전 만화를 투고했을 때 퇴짜를 놓은 곳이라 썩 내키지 않았지만 받아들였다. 진짜 재미가 뭔지 한번 보여주고 싶었다. “당시 국내 만화잡지 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였어요. 잡지도 많고 만화도 넘쳐났어요. 반응이 없으면 2주 만에 바로 퇴출됐죠.”(전극진)

주요 지면은 소주완 지상월 허영만 김수정 등 쟁쟁한 작가들 차지였다. 서점 진열대에 깔린 창간호 표지 어디에도 두 청년의 작품은 없었다. 하지만 2주 뒤 상황은 확 바뀌었다. 열혈강호가 독자 인기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후 열혈강호는 2009년 종이 잡지 영챔프가 폐간된 뒤에도 온라인 영챔프로 자리를 옮겨 변치 않는 사랑을 받고 있다.

이달 출시되는 온라인게임 ‘열혈강호2’. 원작 등장인물들의 30년 뒤 이야기를 다루는 이 게임에서는 원작의 주인공인 한비광과 담화린의 자녀들이 주인공이 된다. 엠게임 제공
이달 출시되는 온라인게임 ‘열혈강호2’. 원작 등장인물들의 30년 뒤 이야기를 다루는 이 게임에서는 원작의 주인공인 한비광과 담화린의 자녀들이 주인공이 된다. 엠게임 제공
일본 만화 ‘시티헌터’를 좋아했던 두 작가는 스토리보다는 캐릭터에 무게중심을 두고 무대를 고대 중국으로 삼아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했다. 엉뚱하면서도 진지한 한비광, 순수함과 섹시함을 모두 갖춘 담화린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장르도 ‘코믹액션무협’으로 당시에는 낯선 스타일이었다.

“솔직히 만화만으로는 큰돈을 벌기 힘들잖아요. 영화나 드라마 같은 데서도 쓸 수 있는 만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만화를 전공하지 않았던 게 오히려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됐죠.”(양재현)

만화가 히트를 치자 방송국, 게임회사 등에서 판권을 달라는 제의가 쇄도했다. 열혈강호는 국내 만화로는 처음으로 2000년 초 라디오 드라마로 각색돼 전파를 탔다. 2001년에는 PC게임이 나왔다. 당시 인기 만화 ‘바람의 나라’ ‘리니지’ 등이 이미 게임으로 만들어질 때였다.

두 작가는 게임 콘텐츠 제작에 직접 참여했다. 성공하려면 만화 속 주인공에게 투영한 캐릭터가 제대로 구현돼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양 작가는 “출시 전에 직접 게임을 해보다 맘에 안 들면 바로 담당자에게 전화해 ‘이래서 성공하겠느냐’고 따지며 수정을 요구했다”고 했다.

이런 노력 끝에 2004년 말 열혈강호 온라인게임이 나왔다. 열혈강호는 당시 최고 기대 작품인 미국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맞붙어 대박을 냈다. 동시접속 9만 명을 넘겼고 이듬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인기상을 받았다. 누적 매출액도 3000억 원을 넘겼다. 주인공 한비광은 2007년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의 캐릭터 상품에 활용되기도 했다. 영화사의 ‘러브 콜’도 잇따랐다. 영화는 한중(韓中) 합작으로 제작이 결정됐으며 올해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달에는 만화 주인공들의 30년 뒤 이야기를 다룬 온라인게임 후속작 ‘열혈강호2’도 나온다. 원작과 1편 게임의 인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20년 가까이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러나 바뀌지 않은 것도 있다. 작가들은 “만화나 게임을 ‘불온한 것’으로 보는 시선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며 “혁신적인 사업가를 길러야 한다면서도 창의적인 사고에 도움이 되는 만화, 게임에 대한 일부의 적대적인 시선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말했다. “청소년들이 만화, 게임에 깊게 빠지는 건 불만을 표출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지요. 무조건 막을 것이 아니라 가정과 사회에서 이들을 보듬어 준다면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도 나올 것입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열혈강호#코믹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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