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30% “중견기업 안되려고 꼼수 부린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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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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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련 279곳 조사

국내 중소기업은 근로자 수 300명, 자본금 80억 원을 넘어서는 순간 정부로부터 받았던 각종 중소기업 지원은 사라지고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10곳 중 3곳은 회사를 쪼개거나 사업장을 해외로 옮기는 등 ‘꼼수’를 부린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회피하려는 일종의 ‘피터팬 증후군’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넘어갔거나 넘어갈 예정인 279개 제조업체를 조사한 결과 29.5%가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인위적 구조조정 등을 통해 졸업기준을 회피한 경험이 있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중소기업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74개사) 중에서도 향후 졸업기준을 충족한다면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에 주력하겠다’(25.6%)는 곳보다는 ‘구조조정 등으로 중소기업 잔류를 추진하겠다’(27.2%)는 곳이 더 많았다.

이들이 중소기업 졸업기준을 회피하기 위해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분사, 계열사 신설’(38.8%), ‘임시근로자 확대로 상시근로자 수 조정’(29.0%), ‘사업부문 매각, 매출 조정 등 외형 확대 포기’(16.1%), ‘생산기지 해외 이전’(12.9%,) 등이었다.

이런 사례는 많다. 사무용 가구 1위 업체인 퍼시스는 중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정부 발주시장에 계속 참여하기 위해 회사를 쪼개 ‘팀스’를 분사시켰다. 퍼시스 측은 “팀스를 통해 중소기업 전용 정부 발주시장에 참여해 왔는데 5월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는 바람에 내년부터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전자제품 제조업체 E사는 상시근로자 수를 줄이기 위해 해외법인을 만들었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07년 380억 원에서 지난해 700억 원으로 320억 원 늘었다. 매출이 84.2% 늘었는데도 이 회사의 종업원은 같은 기간 249명에서 255명으로 6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상시근로자 수에 해외법인의 종업원이 합산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해외법인을 설립한 것이다.

중소기업이 졸업을 유예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 지원은 줄고 부담은 늘기 때문이다. 전익주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팀장은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 160여 개 지원이 사라지고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면 34개 법령에 근거한 84개의 새로운 규제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응답 기업의 47.1%가 ‘지원 혜택이 줄고 규제 부담이 늘어나는 등 제도적 애로가 있다’고 했고 ‘내수시장의 과당경쟁’(30.6%)과 ‘해외시장의 낮은 구매 수요’(15.3%) 등을 이유로 꼽은 업체들도 있었다.

응답 기업들은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회피하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최우선 정책과제로 ‘성장동기 고취를 위한 중견기업 육성 방안 강구’(40.7%)를 요구했다. 프랑스의 경우 중소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에도 정부가 보증과 수출보험을 지원하고 있다. 중견기업 육성 방안에 중소기업 재정계획 예산의 7%(약 4조 원)을 배정하기도 했다.

최근 중견기업 대열에 올라선 한 전자업체의 임원은 “중소기업일 때 연 3∼4%이던 은행 대출금리가 중견기업이 되자마자 7∼8%로 뛰었다”며 “중소기업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최장 기간을 10년 등으로 제한해 정부 보호 아래 안주하려는 도덕적 해이를 줄이고 중견기업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중소기업#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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