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전망 더 떨어지는데… 국회는 “예산 11조 늘려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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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DI “2013년 성장률 3%”… 0.4%P 하향조정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3%에 턱걸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세계적인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한국이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마저도 ‘장밋빛’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문제, 중국 성장 둔화 등의 악재가 복합적으로 터지면 향후 상당 기간 연평균 성장률이 2%대에 불과한 장기 침체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성장 둔화는 국민들의 가계소득에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세수(稅收) 감소를 초래해 국가 재정건전성에도 악영향을 줄 소지가 크다.

KDI는 25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2.2%, 3.0%로 전망했다. 올 9월에 밝힌 2.5%, 3.4%보다도 각각 0.3%포인트, 0.4%포인트 낮춘 것이다. KDI는 “유로존 위기와 미국 재정절벽(재정지출이 줄면서 경기가 침체되는 현상)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전반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며 “한국도 이에 따른 수출 감소 및 투자 부진 때문에 내년에 완만한 회복세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KDI는 한국 경제가 내년 상반기(1∼6월)에는 2.2%, 하반기(7∼12월)에는 3.7% 성장할 것으로 봤다.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상반기에 집중되면서 한국 경제도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패턴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문별로는 민간소비가 2.7%, 설비투자가 5.3%, 수출이 6.5% 각각 늘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보고서에서 “내년의 경기 안정화를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금리도 추가적으로 인하해 경기 부진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세계 경제의 침체다. 당장 미국과 유럽의 재정문제가 ‘발등의 불’인 데다 신흥시장의 성장세 감속이 심상치 않다. 두 자릿수 성장에 익숙해져 있던 중국은 내년 6%대 성장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내 요인으로는 막대한 가계부채에 따른 소비 둔화,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큰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가 꼽힌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선후보가 모두 기업 규제 강화를 외치고 있어 현재의 투자 부진이 내년 차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까지 지속될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국내외 기관들의 내년 경제전망은 계속 어두워지는 추세다. 올 하반기부터 대부분이 내년도 3%대 초반 성장을 예상한 가운데 한국금융연구원은 이달 초 2.8%라는 전망치를 내놨다. 기획재정부도 4.0%의 공식 전망치를 조만간 상당 폭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외 불안 요인들을 감안하면 이번 KDI의 전망치는 다소 높은 감이 있다”며 “내년 성장률은 2%대 중반에 그칠 것이고 다음 달 대선 결과에 따라 대기업 규제가 강화되는 쪽으로 정부 정책이 선회하면 사실 2%도 어려울 수 있다”고 예상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선심성 예산 확보’ 상임위 12곳 증액 요구

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선심성 예산 확보’에 주력하면서 국회 상임위원회가 11조 원에 이르는 예산 증액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임위의 증액 요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 과정에서 조정된 뒤 본회의에서 반영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25일 국회 예결위에 따르면 상임위 15곳 가운데 예산 심사가 마무리된 12곳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보다 10조9590억 원을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1조 원가량 감액을 요구한 것까지 포함해 상임위에서 순수하게 증액을 요구한 금액을 따져 보면 12조 원이 넘는다. 이는 정부 예산안(342조5000억 원)의 3.5%에 이르는 액수다.

상임위의 증액 요구는 사회간접자본(SOC)과 복지 분야에 집중돼 있다.

국토해양위는 394개 사업에 대해 3조8641억 원을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증액 대상 사업은 호남고속철 건설(1500억 원), 도시재생사업(2000억 원), 구리∼포천 민자고속도로(2939억 원), 부산외곽순환도로 신설(994억 원), 울산∼포항 고속도로 신설(800억 원) 등 대부분 지역 민원성 사업이다.

보건복지위는 영유아 무상보육, 아동수당 지급, 기초노령연금 인상 등을 중심으로 2조5710억 원을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무상보육 예산은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안보다 약 1조3000억 원 늘었다.

농림수산식품위는 1조6036억 원, 교육과학기술위는 1조1978억 원,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는 9535억 원, 행정안전위는 4542억 원을 늘려 달라고 했다. 환경노동위, 법제사법위, 국방위 등 3개 상임위의 예산 심사가 끝나지 않은 만큼 상임위의 증액 요구 액수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예결위는 23일 시작한 예산안조정소위원회(계수조정소위) 심사를 통해 각 상임위에서 넘어온 예산안에 대한 심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27일 시작되면 사실상 예결위 활동 중단이 불가피해 내년 예산안은 대선 이후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계수조정소위 구성이 늦어져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12월 2일)을 지키기는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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