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국내 서비스산업… 제조업 그늘에 가려 외면당한 ‘미래 성장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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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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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 일자리는 12%뿐… 생산성도 제조업의 절반
정부지원-인프라 늘리고 각종 규제 풀어야 성장


서비스 업계가 6일 대선후보들에게 서비스 산업의 육성을 강한 톤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은 극도의 경기침체로 한국의 서비스 산업이 크게 위축됐는데도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특히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는 등 우리 경제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서비스 산업을 보는 대선후보들의 시각이 여전히 과거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에 직접 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저성장 시대’가 이어지면서 기존의 제조업 및 수출주도형 경제로는 꺼져가는 성장잠재력을 회복하기 어렵고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를 공급하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서비스 산업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는 이유다.

○ 서비스업 고용유발계수, 제조업의 2배


통계로 보면 서비스 산업은 한국 경제의 생산과 고용을 지탱하는 기둥이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9%, 고용에서의 비중은 69.4%나 된다. 매출 10억 원이 증가할 때 늘어나는 일자리 수를 나타내는 ‘취업유발계수’도 노동집약 서비스업이 33.6개로 노동집약 제조업(15.2개)의 배를 넘는다.

서비스업의 ‘덩치’는 커졌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아직도 ‘괜찮은 일자리’의 창출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의 서비스업 고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영세 자영업자가 몰려 있는 도소매업(21.6%)과 숙박·음식점업(11%)이다.

반면 양질의 일자리 비중은 주요 국 중 최저 수준이다. 세계적 컨설팅회사인 모니터그룹에 따르면 ‘전체 서비스업 일자리 중 양질의 일자리 비중’은 스위스가 57%, 네덜란드가 30%에 이르지만 한국은 12%에 그쳤다.

생산성도 저조하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제조업의 1인당 노동생산성(부가가치)은 8491만 원인 데 비해 서비스업 생산성은 절반에 못 미치는 3879만 원에 그쳤다. 두 산업 간 생산성 격차는 관련 조사를 시작한 1990년 이후 가장 컸다.

이명박 대통령도 올해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한국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은 미국의 절반 수준, 국내 제조업의 40%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아직 발전이 더딘 편”이라고 말했다.

○ 규제 개혁도 번번이 발목

한국의 서비스업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제조업에 비해 차별을 받아왔다. 세제, 재정, 인프라 등의 정부 지원이 수출의 첨병 역할을 해온 제조업체에만 집중돼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해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재정 지원의 절반 이상은 53.8%가 제조업에 돌아갔다. 이에 비해 서비스업에 대한 지원은 10.8%에 그쳤다. 정부의 세제 및 금융 지원, 병역특례 지원 등에서도 서비스업은 번번이 외면을 받았다.

정부도 이런 현실을 인식해 여러 차례 서비스 산업 발전 대책을 쏟아냈다. 정부 집계로 2008년 이후 서비스업과 관련돼 대책이 나온 것은 20차례, 세부과제는 800건이 넘는다. 그러나 교육, 의료, 법률 분야의 규제 완화 등 핵심 과제들은 정치권과 이익단체 등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쳐 진척 속도가 더뎠다.

정부가 서비스 산업 육성을 위해 제출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18대 국회에서 폐기됐고 19대 국회 들어서도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10월 ‘아시아 개발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서비스 산업은 제조업에서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저임금 일자리를 찾는 분야”라며 “서비스업 규제가 너무 높아 생산성 향상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서비스산업#제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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