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라치 스타일로 찍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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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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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스타 커플처럼… ” 일상 담는 스냅사진 전문스튜디오 인기

카페와 거리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의 사진. 할리우드 스타들의 파파라치 사진처럼 누군가 몰래 촬영한 듯 보이지만 실제론 돈을 내고 찍은 설정 사진이다. 파파라찌 제공
카페와 거리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의 사진. 할리우드 스타들의 파파라치 사진처럼 누군가 몰래 촬영한 듯 보이지만 실제론 돈을 내고 찍은 설정 사진이다. 파파라찌 제공
“할리우드 스타 커플처럼 찍어주세요.”

결혼을 앞둔 오모 씨(26)는 얼마 전 결혼사진을 찍기 위해 일상복을 입고 거리로 나섰다. ‘파파라치 스냅’을 찍기 위해서다. 오 씨는 평소와 같은 차림으로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즐겼다.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고 버스에서 얘기도 나눴다.

두 사람의 일상적인 모습은 곳곳에 숨어 있던 파파라치 스냅사진 업체 소속 사진사 3명이 은밀하게 촬영했다. 6시간 동안 찍은 사진은 총 2000여 장. 오 씨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인위적으로 연출하는 사진이 싫어 파파라치 스냅을 찍었는데 분위기가 아주 자연스럽다”며 만족했다.

돌잔치 만삭 결혼식 등 주로 특별한 날에 영업을 하던 스냅사진 업체들이 일상적인 순간까지 파고들었다. 몰래 찍은 것 같은 분위기를 내는 ‘파파라치 스냅’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할리우드 스타들은 파파라치에게 원치 않은 사진이 찍히지만 ‘파파라치 스냅’은 찍히는 사람이 요청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가격은 시간당 20만∼30만 원 선이다.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이 업체들을 이용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고객도 있다.

국내에는 10여 개의 파파라치 스냅사진 촬영 업체가 활동하고 있다. 파파라치 스냅이 인기를 얻자 최근에는 서울 인사동 대학로 명동 삼청동 서래마을 강남역 가로수길 등 촬영하기 좋은 명소로 구성된 ‘파파라치 루트’까지 등장했다. 주말이면 서울 도심 곳곳에서 인터넷 쇼핑몰 모델이 아닌 일반인을 찍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웨딩 스튜디오 사진을 주로 찍던 업체들도 최근에는 자연스러운 데이트 스냅이나 파파라치 스냅을 찍는 추세를 보인다.

2010년 6월부터 파파라치 스냅을 찍어온 사진스튜디오 ‘파파라찌’는 문을 연 지 2년 만에 월 매출 800만 원을 올리고 있다. 권홍성 파파라찌 대표(33)는 “초반에는 주로 결혼을 앞둔 커플들이 고객이었지만 요즘에는 대학생 커플, 중년 부부, 혼자 오는 여성 고객도 있다”며 “소셜커머스 업체에서 가격을 낮춰 판매한 이후에는 나이 어린 고객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스튜디오나 예식장을 벗어나 사진사들이 아예 신혼여행지까지 따라가는 ‘허니문 스냅’도 등장했다. 사진업체들은 이탈리아 각 도시를 비롯해 프라하, 파리, 보라카이 등 한국인이 자주 찾는 신혼여행 현지에 장기 체류하며 영업을 한다.

전문가들은 파파라치 스냅사진이 유행하는 데 대해 존재감을 과시하고자 스스로 ‘셀카’를 찍는 심리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으로 분석한다. 인위적으로 꾸민 셀카가 아닌, 평소 자신이 몰랐던 모습을 아름답게 포착해주길 바라는 욕구가 깔려 있다는 것.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파파라치 스냅사진이 유행하는 것은 연예인이 동경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누구나 될 수 있는 대상이 됐다는 뜻도 된다”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파파라치#스냅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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