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안올랐다는데 왜 장보기가 겁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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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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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표와 체감물가의 착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1%대를 기록하면서 12년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태풍으로 농수산물 가격까지 들썩이고 있어 식탁물가 급등에 따른 서민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8월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 오르는 데 그쳤다. 7월 1.5%에 이어 두 달 연속 1%대 상승률이며 2000년 5월(1.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장기적 물가 상승 압력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물가를 제외한 지수)는 작년 동월보다 1.3%만 올랐고, 식료품과 생활필수품 등이 포함된 생활물가지수도 0.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달 식품업체들이 원가 상승을 이유로 가공식품 가격을 잇달아 올렸고 태풍 ‘볼라벤’과 ‘덴빈’의 영향으로 농수산물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는데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에 그친 데는 기저(基底)효과의 영향이 컸다. 집중호우, 전세대란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7%나 급등했던 지난해 8월과 비교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물가가 낮아 보인다는 의미다.

여기에 올해부터 정부의 보육비 지원 등 무상복지 효과로 보육시설 이용료, 학교급식비 등이 크게 낮아진 것도 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점을 빼고 보면 물가는 바닥을 치고 상승하는 분위기다. 올 7월 물가 수준과 비교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로 석 달 만에 오름세로 전환됐다. 2월(0.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신선채소(8.0%) 신선과일(5.7%) 등 식탁물가가 전달에 비해 크게 올랐다. 품목별로는 양상추(90.0%) 시금치(64.2%) 수박(55.4%) 등의 물가가 급등했다. 가공식품 가격 역시 부침가루(13.2%) 국수(6.2%)를 중심으로 가격이 크게 올랐다.

서비스부문 물가도 심상찮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달과 비교할 때 전세(0.3%) 월세(0.1%) 시내버스료(0.5%) 학원비(고등학생 2.4%) 미용료(1.0%)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들의 가격이 줄줄이 상승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와 지표로 나타난 물가수준 간 괴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과 가계가 예상하는 미래의 물가상승률인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8월 3.6%로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2.4%포인트나 높았다.

9월 이후에는 정부가 발표하는 지표물가와 소비자들의 체감물가 간 괴리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추석 성수기를 앞두고 농수산물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이는 데다 국제 곡물가격과 국제유가 상승이 본격적으로 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체감물가#지표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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