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이 퇴직연금 시장서 죽쑤는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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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망 적고 한국 철수 불안감… 점유율 씨티 0.1%, SC 0.03%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서 유독 외국계 은행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회사들이 총력전을 펴는 상황에서 외국계 은행들의 영업망이 적고 고객들에게 불안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 중 은행에서 맡은 돈이 26조6845억 원으로 49.4%를 차지했고 △생명보험 13조2028억 원(24.5%) △증권 9조9481억 원(18.4%) △손해보험 4조843억 원(7.6%) 등의 순이었다. 회사별로는 삼성생명이 7조7002억 원으로 적립금 순위 1위였으며 국민은행 5조153억 원, 신한은행 4조7951억 원, 우리은행 4조4228억 원이 뒤를 이었다. 이 4개 금융회사를 합친 점유율이 40.7%에 이른다.

반면 대표적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의 적립금은 660억 원(0.1%)이었고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143억 원(0.03%)에 불과했다. 적립금 규모 순위는 씨티은행이 16개 은행 중 13위였고 SC은행이 16위로 최하위였다. 2003년부터 올해 초까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대주주였던 외환은행은 8위로 다른 시중은행들보다 처졌다.

이는 국내 외국계 은행들의 영업망이 제한적인 이유도 있지만 근로자들이 평생 모은 퇴직금을 운용할 때 안정성 위주로 금융회사를 선택하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 금융회사는 언제 철수할지 몰라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또 외국계 은행들은 그간 중소기업 대출을 소홀히 한 결과 이 기업들의 퇴직연금 영업에서 성과를 못 낸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은행들이 주거래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해온 점과 대비된다.

이런 이유로 2009년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한 씨티은행은 올해 6월 퇴직연금 사업 중 운용관리 업무를 무기한 중단하는 등 사업을 전면 축소했다. SC은행도 뒤늦게 지난해 3월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하며 저렴한 수수료를 무기로 내세웠지만 뚜렷한 성과를 못 내고 있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적립금 규모가 큰 상위 금융회사 위주로 퇴직연금 시장이 형성돼 있는 등 영업하기 좋은 환경은 아니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퇴직연금#외국계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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