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사 “삼척에 발전소 짓겠다”… 주민들은 ‘기대반 우려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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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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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전소 유치 격전지’ 삼척 현지 가보니

《 8일 강원 삼척시 적노동 일대. 삼척역에서 차로 5분가량 오르막길을 달리자 화산 분화구처럼 파인 기묘한 지형이 나타났다. 축구장 320여 개 크기인 230만 m² 규모의 거대한 땅에 계단처럼 층층이 깎인 반듯한 모양새와 주변을 둘러싼 나무들이 요새를 연상케 했다. 채광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동양시멘트의 46광구다. 동양그룹 계열 동양파워는 파낼 수 있는 석회석이 갈수록 줄어 2년 뒤면 폐광산이 되는 이곳에 100만 kW 규모 화력발전소 2기를 짓겠다는 건설의향서를 지난달 지식경제부에 제출했다. 》
동양파워를 포함해 동부건설, 포스코에너지, STX전력, 삼성물산 등 5개 민간기업과 공기업인 한국남부발전이 삼척시에 화력발전소를 짓겠다는 뜻을 밝혔다. 포스코건설과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고 의향서를 냈다.

이들 8개 기업은 각각 삼척시와 에너지 관련 사업 양해각서(MOU)를 맺고 대규모 투자를 약속해 삼척이 에너지 클러스터로 바뀔지 주목된다.

○ 삼척에 몰려드는 발전기업들

김명수 동양시멘트 과장이 동양파워의 화력발전소 건립 신청지인 삼척 46광구를 가리키며 발전소 건설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삼척에 화력 또는 원자력 발전소를 지으려는 기업은 동양파워를 포함해 8곳에 이른다. 동양파워 제공
김명수 동양시멘트 과장이 동양파워의 화력발전소 건립 신청지인 삼척 46광구를 가리키며 발전소 건설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삼척에 화력 또는 원자력 발전소를 지으려는 기업은 동양파워를 포함해 8곳에 이른다. 동양파워 제공
정부가 지난달 25일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발전사업 건설의향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30개 회사가 모두 97기의 발전소를 짓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이 짓겠다는 발전소의 용량을 다 합하면 8977만 kW로 현재 국내 발전소 총 설비용량(8155만 kW)보다 많다.

건설업계는 이 같은 ‘발전소 러시’가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 해외 발전플랜트 시장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면 국내 사업 경력이 있어야 하기에 건설사들이 너도나도 발전소를 짓겠다고 한다는 것이다. 일단 발전소를 지어 전력을 생산하면 정부가 어느 정도 이윤을 보장해 안정적인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이다.

특히 삼척시가 격전지가 된 것은 동해안을 끼고 있어 발전소 운영에 필요한 유연탄의 운송비를 줄일 수 있는 데다 발전소 건설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반감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기 때문이다.

박수만 삼척시청 기업투자지원과 팀장은 “다른 지자체와 달리 우리는 에너지를 시의 중점 역량사업으로 정했다”며 “해안가에 자리 잡고 있어 발전소를 운영할 때 나오는 열을 식히는 바닷물도 이용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출사표를 낸 기업들은 주민 설득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업자로 선정되더라도 주민들이 심하게 반대하면 발전소를 짓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양파워는 폐광 터를 활용해 친환경적이라는 점과 1957년부터 시멘트 공장을 운영한 연고 기업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창업자의 고향이 삼척시인 동부그룹도 향토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삼척시에 14조 원을 들여 화력발전소, 폴리실리콘 공장, 에너지연구소를 포함한 종합에너지 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라며 “창업 이후 수십 년간 영동 발전에 기여한 동부그룹이 제시하는 삼척의 발전모델”이라고 말했다.

STX전력은 경북 구미와 경기 반월에서 열병합발전소를 운영했던 경험을, 포스코에너지는 인천에서 LNG 발전소를 운영한 경험을 내세운다. 삼성물산은 해외 수주 능력과 시공기술을 장점으로 들고 있다.

○ 발전 사업자 12월 말 선정

기업들의 경쟁이 벌써부터 과열되면서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어느 기업은 지역 신문사를 공략하고 있다”, “어디는 주민들에게 수건을 돌렸다더라”라는 말도 나온다.

화력발전소 건립에 대한 삼척 시민들의 민심은 엇갈리고 있다.

삼척시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 씨(44)는 “예전에 비해 삼척시 경기가 많이 위축된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들이 투자해 일자리가 늘어나면 우리 자녀들도 취직하기가 쉽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어업에 종사하는 김명수 씨(54)는 “화력발전소를 짓겠다며 바다를 막아 터를 닦는 바람에 생계가 어려워졌다”며 “발전소 용지 주민들은 충분한 보상도 못 받고 이사해야 할 것이 뻔한데 화력발전소 생긴다고 좋아하겠느냐”고 되물었다. 횟집을 운영하는 최순랑 씨(57·여)는 “평생 여기서 살았지만 보상을 충분히 해주면 이주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정부는 삼척을 포함한 각 지역의 발전사업자를 12월 말 선정할 방침이다.

삼척=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삼척#화력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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