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는 神의 선물… 한국, 에너지혁명 주도권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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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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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유公, 美에 회사 세워 직접 개발 추진

“신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다.”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엑손모빌의 렉스 틸러슨 회장은 최근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석유 생산량이 점점 고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인류가 최장 200년까지 쓸 수 있다는 셰일가스의 존재는 ‘신의 축복’이라는 것이다.

한국석유공사가 미국에서 셰일가스 회사를 설립해 직접 개발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것은 이런 셰일가스 혁명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

○ 셰일가스 혁명 전면에 나선 한국

미국 텍사스의 석유기업 아나다코가 개발한 셰일가스 생산 광구의 모습.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4월 아나다코로부터 셰일가스 광구 지분 일부를 인수했다. 한국석유공사 제공
미국 텍사스의 석유기업 아나다코가 개발한 셰일가스 생산 광구의 모습.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4월 아나다코로부터 셰일가스 광구 지분 일부를 인수했다. 한국석유공사 제공
석유공사가 한국가스공사, 국내 민간기업들과 컨소시엄을 이뤄 미국에서 셰일가스 회사를 세우려는 것은 셰일가스 노하우를 갖고 있는 중견 개발기업이 미국 내에 많기 때문이다. 자원의 소유권이 국가에 귀속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석유, 가스 등의 소유권이 해당 토지 소유자에게 있기 때문에 땅 주인과 계약을 하고 셰일가스 탐사, 채굴에 나서는 개발기업이 적지 않다. 만약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시장이 극소수 기업에 의해 과점(寡占)되고 있다면 한국 컨소시엄의 협상력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 미국 셰일가스 기업의 상당수가 싼값에 지분을 매각하려 한다는 점도 좋은 기회다. 신현돈 인하대 교수(에너지자원공학)는 “미국 내 셰일가스 공급이 넘쳐나는 바람에 관련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으며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며 “한국이 이 개발업체들을 사들이거나 기술을 이전받으면 우리도 개발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오일 메이저인 엑손모빌은 2009년 미국의 셰일가스 업체인 XTO에너지를 360억 달러에 인수했고 프랑스의 토탈, 중국의 시노펙도 셰일가스 광구 지분을 인수해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셰일가스가 북미를 비롯해 중국, 중남미,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등 세계 곳곳에 매장된 점도 정부가 전면에 나서는 데 자신감을 불어넣은 요인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미국에서 기술력을 갖추면 남미, 동남아, 아프리카 등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국가에서도 셰일가스 개발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싼값, 풍부한 매장량이 매력

세계 에너지업계가 미국의 셰일가스에 주목하는 것은 낮은 가격과 풍부한 매장량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셰일가스 생산이 급증하면서 올 상반기(1∼6월) 북미 지역 천연가스 가격이 MMBtu(약 25만 Cal의 열량을 내는 데 필요한 가스양)당 3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를 배럴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14달러인데, 현재 국제유가가 10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7분의 1 수준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셰일가스 매장량이 전 인류가 59년간 쓸 수 있는 분량인 187조4000억 m³에 이른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를 에너지 자원 1t을 태울 때 발생하는 열량(TOE)으로 바꾸면 1687억 TOE로, 전통 가스(1684억 TOE)나 석유(1888억 TOE)와 맞먹는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셰일가스는 잠재적 매장량까지 합하면 약 200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석유, 석탄을 대신할 에너지원으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 셰일가스 혁명 거품론도

그러나 셰일가스를 마냥 축복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신중론도 대두되고 있다. 우선 매장량이 풍부하고 채굴 기술이 앞선 미국조차 셰일가스를 지속적으로 수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 내 셰일가스 생산이 늘더라도 전통적인 천연가스는 갈수록 생산이 줄고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수출 통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임지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보다 매장량이 많은 중국에서 셰일가스를 본격적으로 생산해야 세계적으로 에너지원의 가격이 떨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컨소시엄이 미국에서 확보한 셰일가스 기술로 직접 자원개발에 나서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현재로서는 셰일가스를 개발하는 데 막대한 물과 화학약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이나 남아공 같은 물 부족 국가,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강한 서유럽 국가가 아닌 동유럽, 남미, 동남아 등 틈새 지역을 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산업계는 셰일가스 혁명이 한국에 ‘양날의 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셰일가스를 해외로 수출하려면 가스의 액화작업 및 운송, 저장 등에 대규모 플랜트 시설과 선박이 필요한데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한국의 일부 기업은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면 중화학공업과 제조기반을 동시에 갖춘 미국이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인 ‘에탄’을 값싼 셰일가스에서 뽑아내면 상대적으로 비싼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로 제품을 생산하는 한국의 화학기업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셰일가스#에너지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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