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동네사장님]자영업자 33%가 국민연금 미가입… 노후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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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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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납률 높지만 파악조차 못해



신강성(가명·60) 씨는 1998년 은행에서 3억여 원을 대출받아 부산에서 대중목욕탕을 열었다. 그러나 한 달 300만 원 가까운 이자를 부담하느라 직원도 고용하지 못했고 개업 2년 만에 인근에 목욕탕 3개가 더 생기면서 경영난이 심각해졌다. 그러다 이자를 내지 못하게 되자 목욕탕은 경매로 넘어갔고 신 씨는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됐다. 그는 현재 작은 사무실을 빌려 혼자 신체교정 일을 하고 있다. 신 씨는 “형편이 어려워 건강보험료를 8년째 내지 못했고 국민연금 납부도 엄두조차 못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25년간 페인트 가게를 운영한 유병열(가명·61) 씨는 하루에 한 명의 손님도 받지 못하는 날이 이어지자 2년 전부터 가게 문을 잠가 놓고 일용직 페인트공으로 일하며 하루 6만∼9만 원을 벌고 있다. 유 씨는 “나 같은 사람에게 국민연금이나 노후 준비는 다른 세계 이야기”라고 말했다.

하루하루 장사를 해 번 돈으로 생계를 이어가거나 빚을 갚는 자영업자에게 국민연금은 ‘딴 세상 일’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8월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등에 따르면 자영업자 568만 명 중 국민연금 미가입자는 33.1%(188만여 명)에 달했다. 임금근로자 1751만 명 중 미가입자가 4∼9.7%(70만∼170만여 명)인 것에 비하면 최대 8배 이상 높다. 불안정한 소득과 잦은 개·폐업으로 통상 자영업자들의 체납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국민연금에 미가입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자영업자 비율은 절반을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연금공단과 국민연금 징수업무를 통합 관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자영업자의 국민연금 체납률이 얼마인지 파악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자영업자 상당수는 임금근로자들이 국민연금을 받는 노후에도 일을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전체 자영업자 중 306만 명(53.87%)이 50대 이상으로 곧 노년기로 접어들지만 대부분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짧거나 아예 가입돼 있지 않아 빈곤한 노후생활이 불가피하다.

생계가 유지되지 않아 ‘투잡’으로 식당일 등을 하며 뒤늦게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바람에 월 수령액이 10여만 원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경남 창원에서 13년째 옷수선 가게를 운영하는 강희자(가명·55·여) 씨는 2002년 인근에 생긴 백화점에 옷수선 가게가 입점하고 강 씨 가게 일대 상권이 몰락하면서 매출이 줄자 2년 전부터 오전 6시∼오후 3시에 인근 회사 구내식당 주방에서 일하고 있다. 이때 처음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했지만 가입 기간 10년을 채운다고 해도 수령액이 월 17만 원밖에 안 된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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