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개념 모호해 기업 옥죄는 도구 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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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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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세 번째 연임 후 첫 언론 인터뷰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올해 2월 3연임에 성공한 뒤 처음으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해 경제 민주화 등 이슈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올해 2월 3연임에 성공한 뒤 처음으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해 경제 민주화 등 이슈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정치권이 주장하는 ‘경제 민주화’는 자칫 기업의 경영활동을 옥죄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경제력 집중 문제를 해결하려면 법과 제도보다 기업이 윤리의식을 갖고 상식적인 경영을 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73)은 15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의 회관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경제 민주화 주장 등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이번 인터뷰는 손 회장이 올해 2월 말 대한상의 회장을 세 번째 연임하게 된 뒤 이뤄진 언론과의 첫 인터뷰다. 그는 대내외 경제상황이 얼어붙은 가운데 14만 기업회원의 대표 격인 대한상의 회장 직을 다시 맡은 데 따른 부담감이 적지 않아 언론 노출을 꺼려왔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손 회장은 한국이 경제발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일부 대기업에 부(富)가 집중됐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대기업을 겨냥한 정치권의 경제 민주화 입법의 피해가 오히려 지방의 중소·중견기업에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개념이 모호한 경제 민주화를 밀어붙이면 기업이 위축돼 투자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오히려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중견기업이 힘들어지죠. 지방 기업인들을 만나 보면 이런 걱정을 하는 이가 적지 않습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의 윤리경영이나 사회공헌활동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지만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더욱 분발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만 내면 기업의 역할을 다하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그 정도 수준으로는 거대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을 불식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상식적인 경영과 윤리의식 없이 사회공헌활동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은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대기업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회나 중소기업의 대표 격인 중소기업중앙회와 달리 대한상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모두 회원이다. 이런 이유에선지 손 회장은 평소 대·중소기업의 이해(利害) 관계가 엇갈리는 동반성장 문제에 대해서는 좀처럼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에서는 “개별 기업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이익을 나누는 식의 방법은 적절하지 않다”며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우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갑을(甲乙) 문화’부터 없애는 게 중요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무시하고 하대(下待)하는 문화부터 없애고 단가 조정 등은 개별기업의 수준에서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CJ그룹 회장이기도 한 손 회장은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처남으로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가진 경제인으로 꼽힌다. 전현직 대통령들과도 가까웠으며 사공일 전 한국무역협회 회장과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에 이어 현재 대통령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초 공언했던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 정책에 대해 손 회장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기업들은 현 정부가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등 반(反)시장적인 정책을 폈다고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는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해 해당 기업들이 불편해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 대통령의 임기 동안 3∼4년이 걸리던 산업단지 입주가 6개월 만에 이뤄질 정도로 대대적인 규제 해제를 한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어 서민에게도 혜택을 돌려주는 ‘낙수(落水)효과’를 기대하기 위해 법인세 인상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손 회장은 “법인세율을 1∼2% 낮춘다고 바로 효과가 나타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분명히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 국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유럽발 경제위기에 대해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한국에 미치는 충격이 약하지만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중동과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와 같은 신(新)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손 회장은 “경제에서는 위기라고 하면 할수록 정말 위기가 온다”며 “외환위기를 극복한 국민 스스로의 역량과 국내 기업들을 믿고 자신감을 갖자”고 힘주어 말했다.

● 손경식 회장은

△ 1939년 서울 출생(73세)
△ 경기고, 서울대 법학과 졸업,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 경영학석사(MBA)
△ 1991년 삼성화재해상보험 부회장
△ 1994년∼ CJ㈜ 대표이사 회장
△ 1995년∼ CJ그룹 회장
△2005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및 서울상의 회장
△ 2005년∼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장
△ 2006년∼ 환경보전협회 회장
△ 2011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경제민주화#손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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