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 유동성 위기 딛고 당진서 재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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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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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당진공장 현지 취재

대한전선 충남 당진공장. 멀리 보이는 유리 건물이 초고압타워다. 전력케이블 완제품을 감는 드럼 1000여 개도 공터에 늘어서 있다. 대한전선 제공
대한전선 충남 당진공장. 멀리 보이는 유리 건물이 초고압타워다. 전력케이블 완제품을 감는 드럼 1000여 개도 공터에 늘어서 있다. 대한전선 제공
넓은 논밭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인 160.5m 높이의 유리건물 한 채. 주위에는 연기를 뿜어내는 높은 굴뚝도, 빽빽한 건물도 없이 휑한 모습이었다. 5일 기자가 찾은 대한전선 충남 당진공장의 첫인상이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정연석 씨(38)도 처음에는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는 지난해 6월 가족을 경기 안양시에 남겨두고 홀로 이곳으로 건너왔다. 사실 정 씨는 처음부터 살던 곳을 떠날 생각은 아니었다. 6년 전 지인의 소개로 들어간 대한전선은 그에게 ‘앞길이 탄탄하고 부침이 없는 직장’이었다. 이곳은 2008년까지 53년 연속으로 흑자를 낸 세계 9위의 전선업체로 그의 자부심이었다. 그런 곳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되살리고 싶었다.

정 씨와 직원들은 “꼭 재기해야 한다”는 각오로 당진행 이삿짐을 쌌다. 이후 정 씨는 올 2월 안양에 남겨뒀던 가족들도 이곳으로 데리고 왔다. 앞으로 살아갈 터전이 바로 당진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당진공장에는 정 씨와 같은 마음을 가진 600여 명의 직원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90%는 안양에서 당진으로 건너온 이들이다. 정 씨에게 공장이 친숙한 건 단지 익숙한 동료들 때문만은 아니다. 손때 묻은 설비도 대부분 안양에서 옮겨왔다. 일부 장비에는 회사의 예전 이름인 ‘대한제작소’ 마크가 선명하게 남아있다. 게다가 이곳에는 제작된 지 62년 된 기계도 있다.

회사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모두 재활용하지는 않았다. 최신 시설 도입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대표 시설이 공장 한가운데에 주상복합 빌딩처럼 우뚝 솟은 초고압타워(VCV라인)이다. 이곳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3개의 제조 라인이 설치돼 있다. 대한전선의 주 생산품목인 초고압전력케이블은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이 제품은 도체를 감싸는 절연체의 품질이 관건이다. 타워의 높이가 160.5m에 이르는 이유는 높은 곳일수록 케이블이 냉각설비를 지나는 시간이 길어져 좋은 전선을 빨리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선에 들어가는 도체의 원료인 구리를 녹이는 과정에서 마지막 품질검사 단계까지 일렬로 배치함으로써 효율성도 높였다.

이처럼 직원들의 재기를 위한 의지와 최신 시설이 결합하면서 생산규모도 1.5배로 늘었다. 출하량의 70%는 근처 당진항이나 평택항 등을 통해 중동, 유럽 등지로 팔려나간다. 마침 대형트럭 한 대가 지름 2.8m의 드럼을 싣고 밖으로 향하자 기자를 안내하던 민경욱 공장지원팀장은 “저 드럼 하나가 1억 원짜리”라고 설명했다. 국가와 지역마다 다른 기후, 지형을 고려하다 보니 이 공장에서 만드는 완제품 종류만 3만 종에 이른다. 초고압전력케이블 세계 4위의 위상도 계속 유지하고 있다.

김윤수 상무(생산부문장)는 “안양에서 당진까지 함께해 준 직원들의 마음이 모여 재기의 역사가 일어나는 곳이 바로 당진공장”이라며 “이곳을 기반으로 기필코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당진=박창규 기자 kyu@donga.com
#대한전선#유동성#당진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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