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재정부 ‘근로시간 혁신’ 실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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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근무-정시퇴근 추진… 정착 성공땐 파급효과 기대

정부 수석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국내 1위 기업 삼성전자가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근로시간의 변화’를 들고 나오면서 세계 최장 근로시간으로 대표되는 국내 근로문화에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가정보다 회사를 우선시하는 ‘한국식 근로문화’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며 이들의 실험을 반기는 의견도 있지만, 한국 특유의 압축적 업무성과를 내기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적지 않다.

재정부는 정부부처 중 처음으로 7일부터 ‘오전 8시 30분 출근, 오후 5시 30분 퇴근’으로 근무시간을 변경했다.

재정부는 출퇴근 시간을 30분 당긴 것보다 정시 퇴근을 유도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대부분의 직원이 밤 12시까지 야근을 하는 7∼8월 예산편성 시즌에도 정시 퇴근이 가능할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퇴근시간이 당겨진 것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때마침 삼성전자가 ‘4시간 근무제’를 표방하면서 탄력근무제는 민관 합동이 됐다. 삼성전자는 수원 DMC연구소와 화성 반도체연구소 연구원을 중심으로 주 40시간을 근무하면서도 주 1일은 오전 4시간만 일할 수 있게 하는 근무제를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2009년 재정부가 최근 도입한 자율근무제를 도입한 바 있다.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을 기준으로 직원에 따라 출퇴근을 1시간씩 자율적으로 조절하는 제도인데, 육아부담이 큰 여사원을 중심으로 호응이 높아지면서 ‘4시간 근무제’도 전격 도입하게 됐다.

재정부와 삼성전자 모두 각자의 영역을 선도하는 곳인 만큼 이들의 근로문화 변화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이희진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더 많이 일해야 한다는 방식으로는 젊은 세대의 근로의욕을 고취하기 힘들고 유능한 인재를 붙잡아 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재정부 관계자는 “업무 특성상 야근이 효과적일 때도 적지 않다”며 “일률적인 조기퇴근제가 업무혁신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근로시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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