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화백 등 그림 5점 담보로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 참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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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찬경 회장 비리 제보 봇물

8일 검찰에 구속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갖가지 비리와 기행(奇行)이 ‘고구마 넝쿨’처럼 쏟아지고 있다. 미래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된 지 불과 이틀이 지났지만 그의 신분 위조와 경영상 배임, 횡령 등 불법행위에 대한 폭로도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 회장은 저축은행 구조조정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지난해 직원들의 급여와 복리후생비를 대거 올려줬다. 이 저축은행의 직원 급여 총액은 2010회계연도(2010년 7월∼2011년 6월)에 173억 원으로 전년(133억 원)보다 40억 원이나 올랐다. 또 복리후생비도 같은 기간 47억 원에서 56억7000만 원으로 늘었다. 2010회계연도에 265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는 등 경영상황이 나빠진 점에 비춰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회계 장부상으로만 직원 급여를 올리고 차액을 김 회장이 빼돌렸을 개연성도 제기하고 있지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한 하나캐피탈 측에 김 회장이 담보로 건넨 그림 5점도 의혹의 대상이다. 박수근 김환기 화백, 미국 유명작가 사이 톰블리의 작품으로 담보가액이 약 130억 원에 이른다. 당국은 이 그림들이 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조성에 연루된 서미갤러리에서 나왔다는 의혹이 있어 출처 및 진품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6일 영업정지를 발표하기 며칠 전부터 김 회장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였다. 처음 직원들 사이에서는 “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에 심리적 압박감을 느껴 자취를 감춘 것”이라는 해석이 돌았다. 심지어 저축은행 업계에선 “자포자기하는 마음에 자살하러 간 것 아니냐” “광산에 숨은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돌았다. 그는 젊은 시절 광산업으로 큰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회장은 버젓이 회삿돈 200억 원을 인출해 밀항을 시도하다가 체포됐다. 이후 그가 약 30년 전 ‘가짜 서울대 법대생’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6년째 164억 원의 빚을 연체 중인 신용불량자인데도 버젓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로 지냈으며 그의 아들이 지난해 음주운전 사고를 냈다는 사실들이 쏟아져 나왔다.

김 회장의 비리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는 것은 그가 직원들의 신임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김 회장이 지난해 직원들에게 “회사를 살리자”며 퇴직금 중간정산을 통해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하고 정작 본인은 돈을 빼돌려 달아나려 했다는 점에서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금융당국과 검찰에는 김 회장에 대한 제보가 쇄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저축은행 영업정지#금융#은행#미래저축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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